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이 주요 임원들의 임금 삭감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 주가 폭락과 금리인상,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 규제 등 악재가 겹치며 비전펀드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해서다.
30일 도쿄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주요 임원들의 올해 연봉이 지난해보다 삭감됐다.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 4억 8000만엔(약 46억원)에서 약 40% 빠진 2억 9300만엔(약 28억원)으로 책정됐다.
소프트뱅크의 통신사업을 총괄하는 미야우치 켄은 지난해 6억 3500만엔(약 63억원)에서 15% 줄어든 5억 9300만엔(약 57억원)을 받게 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와 같은 10억엔(약 96억원)으로 유지됐다. 손 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비해 연봉이 적어 동결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레덱스 리서치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손 회장 연봉은 소프트뱅크의 순자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소프트뱅크 지분의 33%를 보유하고 있는 그에겐 실적 악화로 인한 주가 하락이 더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소프트뱅크그룹의 순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2일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1조7080억엔(약 16조 54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도 4조 9880억엔(약 48조3252억원) 흑자를 기록한 지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대부분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에서 비롯된 손실이다. 비전펀드 1호와 비전펀드 2호는 2017년과 2019년 각각 100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출범했다. 지금까지 유망한 스타트업 180여곳에 투자했다.
비전펀드는 투자 대상 기업의 평가손익에 따라 실적이 급변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매 분기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측정한 평가손익을 실적에 반영한다. 올해 들어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 성장주 주가가 급락하며 손실액이 불어났다.
비전펀드에서 3조7388억엔의 투자 손실을 기록해 그룹 전체 실적이 악화한 것.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주식에서도 3조 9365억엔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중국의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과 한국의 e커머스 쿠팡 주가가 급락해 비전펀드가 타격을 입었다” 올해 1월~3월 2조 1000억엔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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