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스티커 159종에 80만원"…논란의 '사은품 마케팅'

입력 2022-06-01 14:00  

포켓몬스터 관련 사은품이 포함된 식품은 올해 유통시장에서 ‘불패 신화’를 쓰고 있다. 사은품 스티커를 받기 위해 빵을 대량 구매한 뒤 정작 식품은 버리거나, 사은품이 중고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PC삼립은 지난 2월 1999년 처음 출시한 포켓몬빵을 리뉴얼해 ‘돌아온 포켓몬빵’을 재출시했다. 이 빵은 두 달 반 만에 2200만개 이상 팔리며 올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에 동봉된 스티커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서다. 띠부씰은 ‘떼었다 붙였다’의 줄임말에 편지봉투 등에 붙이는 ‘씰(seal)’을 합성한 말로 159종이나 된다.

이 사은품 스티커를 받기 위해 한꺼번에 빵을 구매하거나 편의점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구매)’ 고객이 속출하면서 돌아온 포켓몬빵은 몇 달 내내 품귀 상태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빵이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지닌 독특한 특성에서 찾는다. 최신 유행을 소비하고 희소가치 큰 제품 구매를 즐거움으로 삼는 MZ세대가 포켓몬 띠부씰에 소위 ‘필’이 꽂혔다는 설명. 학창시절 빵 봉지마다 들어있는 스티커를 책받침, 교통카드 등에 붙여가며 모았던 이들은 20~30대 성인이 되어서도 빵 봉지 안에 든 스티커를 수집하기 위해 빵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사은품의 희소성을 구매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은품 마케팅은 SPC삼립의 매출 신장으로 곧장 연결된 터라 성공한 마케팅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본말이 바뀐 마케팅이 됐다’는 쓴소리도 뒤따라 나온다. 고객이 주력 상품인 빵이 아니라 사은품인 스티커 더 관심을 기울이는 탓이다. 최근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는 고객이 빵을 여러개 구매한 후 사은품만 챙기고 빵은 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리셀러(웃돈을 받고 상품을 되파는 사람)들이 사은품을 중고시장에 내다 파는 사례 역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빵 스티커 중 인기 캐릭터나 구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스티커만 따로 2만~5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가장 인기 많은 포켓몬 ‘피카츄’ 스티커는 1개에 10만원을 호가한다.

빵 가격이 1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스티커가 빵보다 수십배씩 높은 가격에 재판매되는 셈이다. 띠부씰 여러 개를 묶어 20만~30만원대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159종 스티커를 한꺼번에 판매하는 리셀업자가 80만원이라는 판매가를 제시해 논란이 인 적도 있다.

품귀 현상을 이용한 마케팅도 계속되고 있다. 호텔 숙박 이벤트에 포켓몬빵이 미끼상품으로 구성되는가 하면 타 제품과 묶어 파는 ‘포켓몬빵 인질’도 비판을 맏는다. 포켓몬빵에 비인기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등을 묶어 파는 끼워팔기 상술로 자영업자들이 ‘배짱 장사’를 하는 행태다. 점주 입장에서는 비인기 상품을 함께 팔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원치 않는 제품까지 사야 한다.


포켓몬빵의 미끼 마케팅이 주목을 끌자 아예 기업 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착안해 물건을 파는 경우도 나타났다.

팔도는 인기 아이돌 2PM 출신의 이준호 ‘포토카드’ 이벤트로 비빔면 제품을 팔았는데 팬클럽을 이용한 과도한 팬덤 마케팅 논란이 일었다. 팔도는 지난 13일부터 팔도비빔면 안에 들어있는 이준호 포토카드로 ‘팔도+비빔면’ 글자 조합을 완성한 고객 50명을 초청해 이준호 팬사인회를 열기로 했다.

팬사인회 참석을 원하는 고객들은 글자 조합을 완성한 뒤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를 인증해야 한다. 팔도는 이렇게 응모한 소비자들 대상으로 추첨해 팬사인회 참석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는 비빔면 수백봉을 뜯어 포토카드 찾기에 나서는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상에선 팬사인회 참석을 위해 비빔면 3500개를 구입한 2PM 팬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보다는 사은품 마케팅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일단 진행하면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와 마케팅 차원에서도 화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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