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유를 이해하고 책임을 다하는 일꾼

입력 2022-05-31 17:17   수정 2022-06-01 00:05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늘이다. 거친 흙바람이 지나간 듯하다. 혹자는 축제라고들 하지만 필자로서는 이 먼지와 오물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또 상처들을 어찌 봉합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여기에서는 자유라는 관점에서 지선에 대해 느끼는 소회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드디어 자유의 시대가 열리려는가.

정책과 제도의 차원에서 자유는 네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개인 존엄, 개인 주도, 열린사회, 책임이 그것이다. 첫째, 개인 존엄은 천부인권 소유자로서 개인의 존엄성과 자기실현의 당연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감 후보들은 주민들이 천부인권으로서 자신의 존엄을 실현할 수 있는 영감과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논란과 시시껄렁한 공짜 선물 세트를 낡은 진열대에 올려놨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지방정부를 맡고자 하는 후보들의 공약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다. 약자들의 긴 울부짖음을 사회적 합의로 연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사망하신 분과 치명적인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표가 안 된다는 것인가.

개인 주도는 독립적인 개인이 나름대로의 창발과 자율로 우뚝 선다는 것이다. 개인 주도의 가장 큰 장애는 우리 사회에 빈틈없이 만연한 진입장벽이다. 지역구에서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된 사례가 선거구 321곳, 후보자는 509명이라고 한다.

전북지역의 23.5%, 전남지역의 24.2%, 경북지역의 15.5%, 경남지역의 9.1%가 무투표 당선자다(시·도의회의원선거, 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합).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에서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각종 눈치 때문에 출마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아닌가. 한편 각종 엉터리 공약이 부채질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폐쇄성 지향도 개인 주도를 방해한다.

김포공항 폐쇄 공약은 혐오와 분노 그리고 시기, 질투를 자극해서 소규모 집단의 표를 얻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강남 사람은 원주공항을 이용해야 한단다. 창발을 시도하려는 주도적인 개인에게 이런 편 가르기는 그저 모욕일 뿐이다. 국민들이 왜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가.

자유의 세 번째 요소는 열린사회다. 열린사회는 투명성과 신뢰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열린사회의 가장 큰 적은 관료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공공 및 준정부기관, 더 나아가 유사 공공 민간기관들의 관료제가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가로막고 있다. 도대체 데이터와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 그 결과 선거에서 인용되는 통계와 분석이 제각각이고 전혀 다른 팩트를 묘사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토론과 논쟁이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트워크 지향을 통해 개인은 집단과 사회에 다양하게 중복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 네트워크를 믿는 사회가 열린사회다.

도로나 철도를 예를 들면 지선이나 연결선의 아이디어가 밋밋해 보여도 네트워크 지향적인 것이다. 또한 미래 세상에 맞는다. 긴 연장선이나 라인의 신설은 말만 화려한 전혀 다른 차원의 하책이다. 지금 새로 논의되는 연장이나 신설은 대부분 가능하지조차 않다. 아마 그 후보자 임기가 끝날 때 개념설계라도 하고 있으면 다행이다. 하이퍼루프, 수직이착륙 공항 등은 거의 뻥에 불과하다. 그런 소리에 귀 기울일 유권자가 있다고 생각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마지막으로, 책임은 자유의 대가이며 전제조건이다. 책임질 수 있어야 존엄하고 독립적인 개인이다. 그저 잘해주겠다, 월급과 지급액을 올려주겠다, 무상공여해주겠다는 공약은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개인들을 모욕하고 건전한 사회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자유를 이해하고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다른 말로 꿈과 능력이 있는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기를 기대한다. 당선된 그들이 지금의 겸손한 마음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나태해지고 초심을 잊지 않도록 주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또 격려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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