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삼성가(家)를 대표해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사실상 행사를 주관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호암상 시상식 참석은 상징적인 일이다. 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 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했다. 호암재단은 매년 학술, 예술, 사회 발전, 인류 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쌓은 인물을 선정해 포상한다. 이건희 회장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호암상 시상식 시작 20분 전인 오후 3시35분께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들어섰다. 푸른색 넥타이를 맨 이 부회장은 ‘6년 만에 시상식에 온 소감’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 확대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말없이 입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제약,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시상식 참석을 결정했다”며 “선대 회장의 철학을 계승 및 발전시켜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기초과학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 명에게 시상하던 호암상 과학상을 지난해부터 물리·수학부문, 화학·생명과학부문으로 확대한 것은 이 부회장의 제안 때문이다.
행사장에는 삼성 주요 경영진도 대거 참석했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이인용 사장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어오신 분, 사회봉사로 인간애를 실천해 온 분들을 찾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 후엔 비공개 만찬이 열렸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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