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경기 불안…생산·소비·투자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

입력 2022-05-31 17:37   수정 2022-06-01 01:03


지난 4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꺾였다.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의 ‘트리플 감소’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봉쇄 조치, 미국 금리 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 감소에 광공업 생산↓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4월 전(全)산업생산지수는 116.4(2015년=100)로 전월 대비 0.7% 떨어졌다. 1월(-0.3%)과 2월(-0.2%) 2개월 연속 하락 후 3월(1.6%)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 감소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광공업(-3.3%)의 영향이 컸다. 4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3.5% 줄었다. 3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도 3.1% 감소했다. 다만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숙박·음식(11.5%), 예술·스포츠·여가(13.3%) 등이 큰 폭으로 늘었다.

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4월 119.7로 전월보다 0.2% 하락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7.7%), 승용차 등 내구재(0.4%) 판매가 늘었지만 의약품,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3.4% 줄며 3월(-0.7%)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5%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4월 설비투자지수는 109.2로 1월 127.8에서 3개월 만에 14.6% 급락했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9%,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2.1% 줄었다. 건설기성 투자는 토목(3.0%)과 건축(0.8%) 공사 실적이 모두 늘며 1.4% 증가했다.

정부는 ‘트리플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 감소는 중국 봉쇄 조치로 메모리 수출이 주춤한 데 주로 기인했다”고 말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코로나 특수가 끝나며 의약품 소비가 줄어든 것이 소비 감소를 이끌고 있다”며 “중국 봉쇄에 따른 수출 영향도 6월 이후 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생산·소비 감소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했다.
경기 선행지수 10개월 연속 하락
하지만 설비투자 감소세는 정부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은 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은 작년 4월 하루평균 1억680만달러에서 올 4월엔 4590만달러로 60% 줄었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 장비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 등 장비 업체들이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며 나타난 현상이다. 시멘트, 철근값 상승에 따라 건설 수주는 도로·교량·토지 조성 등 토목(-23.7%)과 건축(-2.3%) 모두 감소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99.3으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하며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승한 과장은 “원자재 가격 등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투자가 부진해지고, 이게 선행지표를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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