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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60%가량 급감했다. 중국 경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산업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국 경기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5월 신규 주택 판매 금액은 4546억위안(약 84조5000억원)으로 작년 5월보다 59.4% 줄었다. 월간 주택판매액 감소율은 지난 1월 39.6%, 2월 47.2%, 3월 58.0%, 4월 58.6%로 계속 악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 빈부격차가 커지는 데다 출생률 저하로까지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력한 규제에 착수했다. 차입에 의존하는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규제 강화의 이유였다. 당국은 은행들에 부동산 관련 대출 총액 제한을 부과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에는 부채 상황에 따라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3대 레드라인'을 적용했다.
그 결과 작년 하반기 2위 업체인 헝다 등 10여개 부동산 기업들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고 시장은 급격히 침체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은 7%, 부동산개발업은 6.8%를 차지했다. 부동산관리, 인테리어, 철강·시멘트를 비롯한 건설자재 등 연관산업까지 포함한 부동산 경제가 전체의 25% 이상을 책임진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은 구매자로부터 받은 선수금과 대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지방정부는 부동산개발업체에 토지사용권을 매각해 재정을 충당한다. 성마다 편차가 크지만 평균적으로 지방정부 연간 예산의 30%가량이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까지 악화할 수 있다.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규제로 디폴트가 속출하면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됐다. 정부의 집값 상승 억제 방침도 투기적 수요까지 대폭 감소했다. 대출이 막힌데다 신규 주택 판매까지 줄어들면서 재무상태가 악화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 심리를 악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기준금리(LPR)를 0.15%포인트 인하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겐 주담대 금리를 추가로 0.2% 내려줬다. 올 초에는 부동산개발업체들에 아파트 계약금(선수금)을 해당 아파트가 아닌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허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꺾인 부동산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율리아 완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전반적 수요 약세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부동산 기업들의 재무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국유기업인 뤼디그룹이 채권자들에 6월 만기인 달러채권 상환을 1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편 1~5월 누적 판매액에선 광둥성 기반 민간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2011억위안으로 1위를 유지했다. 완커가 1673억위안, 바오리 1592억위안 등 국유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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