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에서 1일 일제히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들이 약진했다. 지난 8년간 진보 진영이 14개 시·도를 휩쓸며 압도적 강세를 나타낸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경기에선 12년 만에 보수 교육감 탄생이 유력하고 강원, 경북, 경남, 대구, 대전, 충북, 제주에서도 보수 진영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보수 후보들이 끝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희연 현 교육감에게 또 패배했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선 보수 성향 임태희 후보가 진보 성향 성기선 후보에 앞섰다. 경기도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한 것은 12년 만이다. 4년 전 진보 진영이 차지했던 강원, 충북, 제주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들이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에선 보수 후보들이 또다시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진보 성향 조희연 현 교육감에게 패배했다.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등 보수 진영 후보들이 각자 유세를 펼치며 총력전에 나섰지만 표가 갈리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여유 있게 3선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2014년·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단일화에 실패해 득표율 합계가 과반임에도 잇달아 조희연 교육감에게 패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평가하는 근거로 쓰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조사 방식을 놓고도 진보·보수 입장차가 크다. 과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이 평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나친 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중3·고2만 치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보수 교육감 당선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해졌다며 전수평가를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저조한 투표율만큼 이번 교육감 선거가 ‘역대급 깜깜이’ 선거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지역 주요 투표소에서 만난 대다수 유권자는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내세웠는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투표를 마친 임모씨(38)는 “아직 미혼이라 평소 교육정책에 관심이 없었다”며 “투표소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누가 나왔는지 검색해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교육감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며 “올해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 선거 제도를 다시 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최예린 기자 beb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