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쇄신 외면에 지지층도 등 돌려…"두 번째 심판 당했다"

입력 2022-06-01 23:30   수정 2022-06-02 01:46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것으로 나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간 개표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선 “예상했던 결과”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치러져 가뜩이나 야당에 불리한 구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당내 성 비위 사건, 지도부 내홍 등이 잇따르면서 중도층은 물론 기존 지지층마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반성도,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도 없이 ‘정권 견제론’을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 패배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곳 승리 그쳐…16년 만의 참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개표율 30%) 민주당은 대승을 거뒀던 2018년 지방선거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텃밭으로 분류되는 호남(광주·전북·전남)과 제주 등 4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최대 격전지인 경기와 세종·대전에서는 경합 속 오차범위 내 밀렸다.

보수 텃밭인 경남·부산·울산까지 거머쥐며 모든 정당을 포함해 역대 최대 승리(14곳)를 거둔 지 4년 만에 최소 7곳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됐다. 호남 텃밭 3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던 2006년(4회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의 참패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계양을 출마로 ‘후광 효과’가 기대됐던 인천을 내준 데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 2차전’ 성격의 격전지인 데다 인물론에서 훨씬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던 경기지사 역시 접전 속 패배에 무게가 실렸다. 지방선거 구원투수를 명분으로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초고속 복귀한 이재명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갈등도 예상된다. 이날 민주당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 위원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20분 만에 상황실을 떠났고,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심판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번 결과는 민주당이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국정 지지율, 정당 지지율 등에서 주변 여건이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았다. 5월 첫 주 기준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 긍정 평가는 윤석열 당시 당선인보다(45% 대 41%, 한국갤럽) 높았을 정도다.

중도층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 결집에도 실패하면서 승패가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 3사 심층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41.5%로 국민의힘 지지율(51.1%)을 10%포인트 밑돌았다.
반성 쇄신 협치 3無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5년과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및 쇄신 부재 △다수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 국회 운영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와 그에 따른 내부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3개월간 대선 패배 정당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행보를 보였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위로하며,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에 대한 징계 시기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와 제명 사태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던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 ‘대선 패장’ 이재명·송영길 두 후보를 선거에 다시 내보냈다.

사과와 쇄신의 목소리는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묻혔다. 선거 1주일 전에야 나온 박지현 위원장의 쇄신론도 외부에선 진정성을 의심받고 당내에선 ‘내부 총질’이라는 갈등만 촉발했다. 이 와중에도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이미 대선에서 심판받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내부적으로 분열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과거 ‘180석의 추억’에 매몰된 독선과 반성은 없이 견제론만 호소하는 모습이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의 외면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유정/전범진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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