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적중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에 힘입어 동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그룹 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SK온은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동박 분야 글로벌 1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넥실리스는 동박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이어 왓슨(중국), 창춘(대만)이 각각 19%, 18% 점유율로 바짝 뒤쫓고 있다. 국내 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점유율은 13% 수준이다. 국내 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도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산 동박은 품질 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산 동박은 품질도 우수하고 경쟁 기업이 생산 규모를 늘리면 SK넥실리스를 위협할 수 있는 구도다. SK넥실리스가 경쟁업체들과 점유율 격차를 벌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대규모 동박 공장을 해외 각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짓기 위해서는 단기간 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SKC가 지난해 12월 산업은행과 5년간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 산업소재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심한 것도 모두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동박 사업 확대를 위한 공장 증설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인 사업부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주인이 된 한앤컴퍼니는 필름소재 사업의 안정성을 보고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필름 사업은 고성장 분야는 아니지만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자동차용 수요가 꾸준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내는 분야다. 한앤컴퍼니는 2019년 SKC와 코오롱의 폴리이미드(PI) 필름 생산 합작법인인 SKC코오롱PI가 회사를 매각할 당시에도 인수를 적극 검토한 바 있다.
김채연/남정민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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