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요 철강사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조치로 가시적인 사망사고 감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에 "경영책임자의 반기별 현장 안전관리 상태 점검 의무도 6월 전에 수행하라"고 주문했다.
고용부는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정식 장관 주재로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스틸,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등 6개사 대표 이사 및 CSO 등이 참석했다.
철강업종 안전보건 조치 사례 공유에 나선 포스코는 올해 안전보건에 대폭 투자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김학동 대표이사의 발표에 따르면 포스코는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보건 전담조직 신설하고 담당 인력을 지난해 524명에서 올해 912명으로 388명을 늘렸다. 지난해 대비 74%를 늘린 셈이다. 예산도 2020년 4853억원에서 올해 8324억원으로 크게 확대했다. 2년만에 3471억원, 71.5%가 늘어난 수치다.
고용부 안건 발표를 맡은 김규석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중대재해법에 따라 대표이사가 반기 1회 이상 전담조직 등을 통해 현장의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토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 받아 필요한 조치를 지시 및 이행해야 한다"며 철강업 대표이사들은 6월까지 해당 의무를 반드시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준수되고 있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법 준수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장관은 중대재해법 개정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장관은 “최근 중대재해법 개정에 대한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자율적 사고예방 체계를 현장에 정착시켜 사망사고가 가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우선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중대재해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산재 사망사고는 전년 대비 전체적으로 감소(276건→254건, -22건, -8%)했다. 다만 제조업에선 사망사고가 증가(73건→78건, +5건, 6.8%)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황을 누리고 있는 철강업에서도 지난해 12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올해도 5월까지 5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철강업 사망사고 5건 모두 설비 설치·수리(3건),자재 인양·운반작업(2건)에서 발생했는데 이런 사고는 관리감독자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계획서를 수립하거나 정비작업 전 설비 작동 중지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을 규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ESG 경영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생각하는 사고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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