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투자에 적극 나선 기업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박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겹악재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은 그만큼 향후 수요 확대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는 시각이다. 설비 증설을 발표한 2차전지와 반도체 종목이 최근 한 달간 들썩인 것도 이유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관련주 역시 유망주로 꼽힌다.
잇따른 설비투자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비용 지출에 보수적인 기업들이 과감하게 설비에 투자하는 건 수요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신호로 읽혔다. 실제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말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6조3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는데,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는 7조원 규모의 양극재 거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설비투자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2차전지 종목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소재주 역시 같은 이유로 주가가 뛰고 있다.
지난 4월 595억원 규모의 증설 공시를 낸 원익QnC는 지난달 주가가 6.89% 뛰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안식각 장비에 적용되는 소모품인 쿼츠(석영 유리)를 생산한다. 반도체 웨이퍼를 감싸는 링을 주로 만드는 하나머티리얼즈 역시 공장 신설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4월에만 주가가 13.11% 올랐다.
설비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1분기 실적도 양호하다.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실적에도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후성의 1분기 영업이익은 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증권가 예상치 평균(398억원)도 크게 웃돌았다. 원익QnC의 1분기 영업이익 역시 340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249억원)를 37% 상회했다.
증권가에선 설비투자를 늘리는 종목과 업종을 지속적으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설비투자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성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결국 설비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관련주가 향후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