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가 두 달만에 주식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가 컸던 마지막 2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대거 사들였다.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고 볼 만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282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1일에만 1조573억원 어치를 쓸어 담아 월간 단위로는 지난 2월 이후 석달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540억원 어치 주식을 샀다.
지난달 마지막 2거래일동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2029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933억원)과 SK하이닉스(918억원)이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3위 종목을 순서대로 많이 사들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관으로부터, LG에너지솔루션은 개인 투자자로부터 각각 외국인으로 손바뀜이 일어났다. 지난달 30~31일 기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532억원 어치와 575억원 어치를 팔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개인이 외국인 순매수 규모와 비슷한 99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아 팔아치운 종목은 일명 ‘곱버스’라고 불리는 코덱스(KODEX)200선물인버스2X로, 순매도 규모는 613억원이었다. 이 종목은 코스피200지수 변동률의 2배를 역으로 추종하는,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이 종목은 개인의 순매수 규모 1위 종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수 유입 추세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서 반락하는 시기는 외국인에게 환차익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2일 달러당 1288.59원까지 치솟았다가, 같은달 31일에는 1237.20원까지 하락했다. 이날은 10원 넘게 급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1250원선은 넘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드라이브로 인한 달러 강세가 진정된 영향이다.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104.89로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어 101.76으로 지난달 거래를 마쳤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5월 이후 줄곧 강세를 지속했던 달러지수가 피크아웃했다”며 “미국 기준금리 컨센서스(증권시장 전망치 평균) 하향과 궤를 같이 한다. 4월말 미국 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연말 Fed 펀드 실효금리가 2.86%까지 인상될 가능성을 반영했다가 지난달 30일엔 2.66%로 한달새 20베이시스포인트(0.2%포인트)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달러인덱스의 하락이 호재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미국이 글로벌 경제를 혼자 끌고 기엔 한계에 부딪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간밤 뉴욕증시는 제레미 다이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경제 허리케인’이 곧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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