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안보를 위해 특별히 제시한 묘안은 없습니다. ‘미래전략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 생태계 구축’이라는 예상된 답안지가 나왔습니다. 결국은 인재에 해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인재 양성 생태계’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4회에 걸쳐 게재한 기획시리즈 ‘청년 채용 생태계가 무너진다’ 취재 과정에서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현장과 교육계, 관가 등 곳곳에서 위기감이 가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한국은 미래전략산업 경쟁에서 낙오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영 컨설팅업체인 갈렙앤컴퍼니는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인력 경쟁력은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은 인프라 등 부족으로 기업의 요구 수준에 적합한 인력을 제공하지 못했고, 정부는 고급인력 대신 단시간 내 육성이 가능한 초·중급인력 공급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미래전략산업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는 “한국에서 애널리틱스(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4000명에 불과한 반면 인구가 한국의 10% 수준인 싱가포르는 1만3000명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의 미래산업인력 육성 정책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단계에서부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직업계고는 올해 72곳 중 72.2%인 52곳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이 30%를 밑돌 정도로 저조한 영향이 컸습니다. 신승인 전국 공업계고 회장(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문화콘텐츠학과 등은 미충원이 거의 없다”며 “정부가 미래 지향적인 학과 개편에 미흡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년 채용 생태계가 무너진다’ 시리즈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짚기 위해서 기획됐습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무너지는 게 청년 채용 생태계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경제안보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2일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엑스포’에 참석한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큽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경제안보의 최일선인 교육·산업현장을 찾아야합니다. 고졸 인재를 비롯해 미래 인력 양성에 소홀해 온 과거 정책에 어퍼컷을 날릴 때입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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