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현장 협력사 존중, 안전 원전 초석
박범수 한울원자력본부장
요즘 어느 기업이건 청렴을 강조하지 않는 곳이 없다. 기업 활동에서 청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일정 주기로 직원을 한곳에 모아놓고 전문가를 모셔다 청렴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행한 청렴 교육을 보면 생각보다 그 효과가 미미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어’의 입장에서 기존 선진국이 해놓은 것을 재빠르게 답습하여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최상의 위치에 서게 된 지금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의 추격 전략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 퍼스트 무버의 위치에 있는 나라나 조직, 개인은 반드시 근본원리를 알아야만 한다. 근본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왜’와 ‘어떻게’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청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의 청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정도였다.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그저 남이 해놓은 청렴 사례를 적용했을 뿐이다. ‘왜’ ‘어떻게’를 고민하지 않더라도 따라 하면 이뤄낼 수 있었기에. 그러나 퍼스트 무버가 된 우리나라 기업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수준의 청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퍼스트 무버 기업으로서 청렴은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청렴은 조직에서 평등을 구현하는, 다시 말해 공정을 실현하는 방편이다. 평등을 구현한다는 것은 5개 평등, 즉 법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도덕적 평등을 균형감 있게 유지하는 일이다. 이는 자유를 확립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유하기 위해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근간이다. 또한 우리나라 헌법 11조에도 이러한 평등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기업이란 조직에서 평등을 구현한다고 할 때 그 대상은 경제적, 사회적 및 도덕적 평등, 세 가지로 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청렴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청렴은 ‘어떻게’ 해야 구현하는 것일까. ‘차이 있는 곳에 차별해야 한다’라는 논리는 바로 형평(equity)이다. 역으로 ‘합당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면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는 정의의 중요한 준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에서 경제적, 사회적 평등의 차이가 있는 갑과 을은 도덕적 평등으로 차별을 두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에서 청렴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일선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도덕적 차별을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름 아닌 협력사 구성원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최근까지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마스크와 함께 살아왔다. ‘마스크 착용(wear)’은 불문율이었고, 이와 함께 마스크를 ‘쓴다’라는 우리말의 사용 빈도는 점점 줄었다. 우리는 옷을 ‘입고’, 모자와 안경을 ‘쓰고’, 양말과 신발은 ‘신고’, 목도리는 ‘두르고’, 허리띠는 ‘매고’, 목걸이는 ‘걸고’, 반지는 ‘낀다’라고 말한다. 옷을, 모자와 안경을, 양말과 신발을, 목도리를, 허리띠를, 목걸이를, 반지를 ‘착용한다’라는 말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사람 몸에 걸치는 이런 온갖 것에 차이 있는 우리말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공평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본다. 한울원자력본부는 6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2기의 원전을 시운전하고 있으며, 또한 신한울3,4호기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원전 현장 곳곳에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욱더 협력사를 존중하고 있다. 이것이 안전한 원전을 만드는 초석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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