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경제학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원리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 정확히 정의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의 과정에서 나오는 원리만을 다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학교에 가고 뒤가 나오면 가지 않기로 했다면 이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희소한 자원으로부터 자신의 욕망을 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비합리적 선택보다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행동 기준이 되는 합리적 선택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자.
수단 또는 과정의 합리성
합리적이라는 것은 수단 또는 과정이 합리적인 경우와 결과가 합리적인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선택은 수단 또는 과정의 합리성만을 의미한다.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즉,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에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믿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람들의 선택이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해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선택의 순간에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기회비용과 편익의 비교
합리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선택으로부터 얻는 편익과 그에 따른 비용을 정확히 평가해 편익에서 비용을 뺀 순편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에서 고려하는 비용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의 개념과 다르다. 경제학에선 직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개념인 일반적 의미의 비용을 회계비용으로 부르는데,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금전적 비용인 회계비용에 더해 선택하기 위해 포기한 것들의 가치까지 계산해야 한다. 이처럼 선택의 순간에 고려해야 하는 비용을 회계비용과 구분해 기회비용이라고 부르는데, 회계비용만 고려해서는 합리적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선택의 순간에 편익과 기회비용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은 선택을 다루는 학문이므로 ‘비용’은 회계비용이 아니라 기회비용을 의미한다.
순편익 → 편익 - 기회비용
기회비용 → 회계비용 + 암묵적 비용
암묵적 비용 →어떤 선택을 위해 포기한 것 중 가장 큰 것의 가치합리적인 선택 과정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영수는 연간 3000만원의 비용으로 식당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현재 고려하고 있는 것은 중식당과 한식당이다. 중식당은 연간 5000만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한식당은 6000만원의 수익이 생긴다면 중식당을 운영해 생기는 순편익은 5000만원의 수익에서 3000만원의 비용을 뺀 2000만원이 아니다. 중식당 선택에 들어가는 비용은 회계비용 3000만원에 한식당을 하지 못해서 포기해야 하는 이윤인 암묵적 비용 3000만원을 포함해 6000만원이 되므로 순편익은 1000만원 손실이 되는 것이다.
↓■순편익■
식당에서 얻는 수익(5000만원) - 기회비용(6000만원)
■기회비용■
식당운영자금(3000만원) + 한식당에서 얻는 이윤(3000만원)
■암묵적 비용■
한식당에서 얻는 수익(6000만원) - 한식당 운영자금(3000만원) 매몰비용
합리적 선택을 위해 편익과 기회비용에 더해 선택 단계에서 매몰비용이 생겼다면 이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매몰비용은 한 번 지출된 뒤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기회비용 중 매몰비용이 존재한다면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이미 발생한 매몰비용은 선택의 순간에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엔 예약 문화가 발달해 식당이나 음악회뿐만 아니라 기차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예약에 들어간 금액 중 환불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것이 매몰비용이다. 이미 지불돼 회수할 수 없다면 이는 포기하고 앞으로 들어갈 기회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한계에 입각한 선택
마지막으로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선택으로 얻게 되는 편익 전체와 기회비용 전체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을 적절히 나누고, 순간마다 얻게 되는 편익과 기회비용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바뀌므로 처음 선택이 계속 좋은 선택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지금의 선택을 계속할지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선택의 과정을 한계에 입각한 선택이라고 한다. 한계는 영어의 marginal(추가)을 번역한 단어로 기회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때마다 순편익을 다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 기억해주세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선택은 수단 또는 과정의 합리성만을 의미한다.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선택이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 해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선택의 순간에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