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손에 땀을 쥐게 만든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초박빙'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역대급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의 자리'까지 똑같은 이색 득표 현황이 포착됐다. 누군가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억울하게 고배를 마시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대전 동구 가선거구 개표 결과에 따르면 오관영(국민의힘) 후보와 이재규(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각 1만1798표를 얻었다.
해당 선거구는 4명의 당선인을 뽑기 때문에 이들은 사이좋게 공동 1위로 이름을 올렸지만, 공동 4위가 됐을 경우 둘 중 한 명은 탈락하게 됐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혈전'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당선인 윤곽이 드러나는 데까지 개표 이후 약 12시간이 소요될 만큼, 치열한 표 싸움을 벌였다. 지난 2일 오전 7시가 넘어 당선인이 확정된 순간에도 두 후보 간 표 차는 8913표에 그쳤다.
만약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가 대전 동구 가선거구 후보들과 같이 동일 득표를 기록했다면, 51세인 김은혜 후보보다 14살이 많은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다. '법'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88조 제1항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경기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역시 공직선거법 제191조 제1항에 따라 동일 득표의 경우 연장자가 당선인이 된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바로 '나주 기초의원 마선거구(혁신도시·빚가람동)'에서다.
전남 나주시 마선거구 개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강정(60), 김명선(44) 후보는 각각 1476표를 얻었다. 하지만 김강정 후보보다 16살 어린 김명선 후보는 아쉽게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해당 선거구 의원정수는 4명인데, 두 후보는 공동 4위에 올랐던 것.
이에 따라 지방선거 제1대부터 8대까지 동일 득표로 인해 연장자가 당선된 경우는 총 8번으로 늘어났다. 역대 연장자 당선 중 가장 적은 나이 차는 단 1살이었다. 제1회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서 전남 신안군 신의면 고서임·윤상옥 후보가 각각 379표를 얻었지만, 나이가 1살 더 많은 윤상옥 후보가 당선됐다.
연장자 우선 당선인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송재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동일 득표 시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주 하원의원 선거의 최종 승자가 '제비뽑기'로 가려진 바 있다. 2018년 1월 미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선거에서 맞붙은 데이비드 옌시 후보와 셸리 시먼스 후보는 재검표를 통해 결국 '동수'가 되자 버지니아 주법에 따라 제비뽑기로 승부를 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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