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든 경제든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날 이곳에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와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어렵다”며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 생활이 나아지기를 모두가 바라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할 수 없는 것은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입장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봐도 된다”고 답했다. 그는 “위원장으로서 개인 인터뷰이긴 하지만 준법위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부분이니 전체적으로 의견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의 윤리·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다. 2020년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가 설치 및 운영을 합의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2019년 12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준법체계를 감시할 제도 마련을 요구한 게 출범 배경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 위원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삼성 계열사 CEO는 연 1회 만나 준법경영 현황, 실천 방안 등을 논의한다.
경제계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사면이 예상되는 광복절에 이 부회장 등의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많은 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 활동에 불편이 많다. 이 부회장과 신 회장 같은 기업인의 사면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 등으로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다며 특별사면을 요구해왔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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