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효과' 따져보니…지원유세 25곳 중 4곳만 민주당 승리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2-06-04 10:00   수정 2022-06-04 10:38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민주당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상임고문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 고문이 막판 2주 동안 지원 유세를 나간 지역 25곳(광역자치단체 중복 포함) 중 민주당 단체장 후보가 당선된 곳은 단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고문은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자신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외에 총 25곳에 지원 유세를 나갔다.

이 고문은 이 기간 14일 중 4일은 자신이 출마한 계양에서만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전 중반부터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맹렬히 추격해오자 당초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타 지역 유세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접고 계양에 집중한 것이다.


나머지 기간엔 인천은 물론 서울, 경기, 충청, 경남, 부산 등을 방문해 해당 지역 민주당 출마자 지원에 나섰다. 이 고문의 지역 유세에는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대선유세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지원 유세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우선 이 고문이 출마한 인천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줬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남춘 전 시장이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인천 내 구·시·군은 계양구 단 한 곳이었다.

이 고문은 인천 동구 중구 연수구 부평구 서구 미추홀구 연수구 등 거의 모든 지역을 방문해 지원에 나섰지만 박 전 시장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인천 구청장도 부평구와 계양구 단 두 곳을 제외하곤 모두 국민의힘에 자리를 내줬다.

이 고문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는 성남(21일)과 김포(27~28일), 파주(29일), 고양(29일)등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그러나 자신이 2010~2018년간 연임한 성남시장은 물론 ‘김포공항 이전’ 공약 수혜 대상인 김포시장, 고양시장 등을 국민의힘에 뺏겼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대결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일 파주시장 당선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청주, 세종(이상 22일) 등에서 유세를 했다. 대전시장, 청주시장, 세종시장 선거에서도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대전 합동유세 장소인 대전 서구청장 역시 국민의힘 차지였다.

영남권에서는 경남 김해와 부산(23일), 울산(22일)를 찾았다. 이 고문의 지원에도 경남지사와 김해시장, 부산시장, 울산시장, 울산 남구청장은 국민의힘이 휩쓸었다.


이 고문은 지난달 21일엔 서울 강남역을 찾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합동 유세를 펼쳤다. 송 후보는 서울에서 39.2%를 득표하는데 그치며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의 4연임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 고문이 대선에서 패배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명분없는 출마를 감행해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이라며 "선거 패배엔 이 고문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이 지원유세를 나선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것은 그만큼 열세가 예상되는 격전지를 골라 나갔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의도치 않게 상당 부분 계양에 발이 묶였던 것은 맞지만 마지막까지 전국을 돌며 민주당의 대패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이 출마한 인천 계양구에서는 구청장을 비롯해 인천시의원, 계양구의원 등에서 민주당 출마자 7명이 전원 당선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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