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역·세대·성별로 갈라진 사회…"유튜브가 정치 양극화 부추겨"

입력 2022-06-03 18:16   수정 2022-06-03 23:41

선진국 중에서 사회적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유력 연구기관 및 여론조사업체들은 대체로 세 국가를 지목한다. 이스라엘 미국 한국이다. 이스라엘은 종교 갈등이, 미국은 인종 갈등이 심각하다. 한국은 인종과 종교, 언어 등 본질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은 없지만, 지역 세대 성별로 나뉘어 격렬하게 싸운다. 이런 싸움을 부추기는 건 항상 정치다.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는 정치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과 원인을 심층 분석한 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는 스타 기자 에즈라 클라인이 썼다.

책은 최근 미국에서 심화하고 있는 ‘정치 양극화’를 중심으로 글을 풀었다. 정치 양극화란 건강한 경쟁 대신 증오가 정치를 지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정당들은 지지자들이 상대 당을 한층 더 증오하도록 부추긴다.

저자가 정치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인간의 ‘뇌 구조’다. 각종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 바깥의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배척하도록 진화해왔다. 전통 사회에서 외부인은 공동체의 재산을 축내거나 질병을 옮기는 등 해악을 끼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런 본능은 지금도 인간의 뇌에 깊이 박혀 있다. 많은 유권자가 실제 이해관계나 정책을 따지기보다 감정이나 주변 사람 의견에 따라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공격을 자신에 대한 공격처럼 느끼고, 다른 정당을 사라져야 할 적으로 인식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정치적 의사 결정이 좋아하는 스포츠팀을 응원하듯 비이성적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이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로 인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합적인 뉴스를 제공하는 신문·방송 대신 보고 싶은 뉴스만 볼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성향이 맞는 미디어만 골라 보고, SNS에서 ‘좋아요’ 클릭 등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한다.

책은 미국 정치 사례와 다양한 정치·심리학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정치 양극화의 해악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심각한 정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개인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식의 뻔한 해법을 제시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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