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숨 고르기를 끝낸 ‘검찰의 시간’입니다. 오는 9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눈앞에 둔 검찰이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대한의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검찰은 이 기간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및 호감도를 높이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을 겁니다. 사력을 다해 수사해야 할 상황인 거죠. 검찰의 칼날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주요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일 자정 기준으로 검찰에 입건된 지방선거사범은 1003명에 달합니다. 여기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재명?안철수 의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박완수 경남도지사 당선인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에 따라 현행법상 검찰의 선거범죄 직접 수사는 이번 선거까지만 가능합니다. 현재로선 검찰 입장에서 마지막 선거 수사인 셈이죠. 검수완박이 수면 위로 떠 오른 후 칼을 갈아오면 검찰이 총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인천 계양을에서 금배지를 단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을 국민의힘이 탈환했습니다. 신상진 성남시장 당선인은 민주당 시장 재임 12년을 ‘부패’로 규정하고 적폐 청산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 의원이 추진한 대장동·백현동·고등동 개발 사업을 ‘3대 특혜 의혹’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검경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경기남부청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이 의원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인허가권을 갖고 있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 사건은 경찰로 넘어갔습니다.
이 의원과 관련해선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도 수사 중입니다. 2018년 바른미래당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은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검찰의 요구에 따라 분당경찰서에서 보완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경찰은 대통령 선거 이후인 지난달 2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며 첫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같은 달 17일에는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중 하나인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했죠.
이 의원이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인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18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1·2·3심을 거쳐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2년에 걸쳐 재판받았는데요. 이때 변호사 비용의 일부를 이 지사가 아닌 다른 이 또는 회사가 대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는 수원지검에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가족들도 여러 건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는 지난달 중순쯤 일주일에 걸쳐 중식당, 일식집 등 법인카드 사용처 129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압수수색 대상은 성남과 수원에 있는 백숙 전문점과 중식당, 초밥집 등 일명 ‘김혜경 맛집’으로 알려진 음식점이 대부분입니다. 경찰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의원의 아들 이모 씨의 성매매와 불법도박 의혹에 대한 수사는 경기남부청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국회의원 신분인 이재명 의원은 불체포 특권이 있습니다. 또 당권 도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의원과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 각각 송경호, 홍승욱 지검장을 배치했습니다. 특수부에서 활약해온 ‘윤석열 사단’입니다. 특수통 검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수사역량을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라임 사건 역시 여권 관계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기소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뇌물을 전했다고 의심받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여권 인사는 무관하다고 부인한 상태입니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도 있습니다. 역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는 사건인데요. 현재 서울고검이 무혐의 항고 건을 검토 중입니다. 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다면 서울중앙지검이 다시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과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당시 산업부 장·차관의 압박으로 사표를 냈다며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등을 고발한 사건입니다. 핵심 인물인 백 전 장관의 출석이 임박한 상황입니다. 이후 수사 범위가 청와대까지 확대될지가 관심사죠.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는 대전지검에서 진행 중입니다. 대전지검은 지난해 6월 백운규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했습니다.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에게 배임을 교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이 돌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결정하면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윤석열 사단’인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임명되면서 수사가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3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전부터 수사를 진행해온 사건들이긴 해도 3개월 이내에 매듭을 짓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건에 따라 수사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검수완박 이후에도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남아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쥐고 있는 ‘상설특검’입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검찰 특수부를 운영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검수완박 시행 후에도 경찰을 통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고, 경찰 역시 자신들의 수사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에게서 신뢰와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마무리됐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내후년, 이제 검경의 정치적 부담은 한결 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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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이 발언이 얼마나 현실화할 지 궁금합니다. 한 장관이 취임사에서 힘주어 말한 내용 중 몇 문장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국민들은 검경으로부터 세금보다 몇 배 많은 만족감을 느끼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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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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