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가 가동될 때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으로 주변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 '원인 제공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환경부는 최근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풍력발전기 운영주체를 상대로 신청한 배상 사건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가 피해를 인정하고 1억3800만 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환경분쟁 조정법에 따라 환경피해 및 환경시설의 설치 및 관리와 관련된 분쟁을 다루는 기관이다.
2017년 마을 인근에 풍력발전기 건설공사(총 35기)가 시작됐고 2018년 9월 시운전을 하면서 저주파 소음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1월 상업운전이 시작되고 풍력발전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민원은 폭증했다.
결국 주민들은 풍력발전기 상업운전이 시작된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총 2억 4450만 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피신청인인 운영주체 측은 풍력발전기 건설공사 전과 상업운전 초기에 주민대표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위원회는 지난 달 19일 피해배상 결정을 내려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는 먼저 소음전문가 용역을 통해 지난해 12월 10일부터 7일 동안 신청인들의 마을에서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도를 실측했다. 실측 결과에 따라 위원회는 두 마을 모두 저주파 소음 피해가 수인한도를 초과했으며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신청인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2016년 6월)으로 제시된 ‘주거지역에서 1.5km 이상으로 최대한 이격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권고기준을 수용하지 않고 일부 풍력발전기를 신청인들의 마을에서 가까운 거리(약 300~500m)에 건설한 점도 고려했다.
다만, 피신청인이 풍력발전기 건설공사 전과 상업운전 시작 시기에 주민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한 점을 고려해 신청 배상액의 40~ 50 %를 감액했다.
신진수 위원장은 “풍력발전기는 점차 확대해야 할 청정에너지원이지만, 주변 민가에서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여 저주파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풍력발전기 이격거리(거주지와 풍력발전기 사이의 거리)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규제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1월 지방자치단체 조례로만 규정돼 있던 풍력·태양광 이격거리를 제도화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주민참여사업 개선방안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풍력 이격거리를 규정한 지자체는 53개로 파악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 개선방안’ 연구용역에서는 "육상 풍력은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500~1000m, 그리고 도로로부터 500m 이내로 제한"이 권고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자체별로 다른 풍력 이격거리 규제를 표준화하는 규정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0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에 따르면 △주거지역(1호 이상) 1km △공공시설 500m 등을 주거지역 1km와 도로·공공시설 500m 등의 기준이 검토되고 있다.
풍력업계는 현지 지역특성과 관계 없는 일률적인 규제를 할 경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에 준하는 보상을 통해 주민동의를 받은 사업에 대해선 예외를 두는 조항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나 풍력발전소가 들어선 지자체 주민들의 반대 의견도 거세다. 국내외 기관들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일조권 침해나 소음 등의 이유로 주거지와 육상풍력발전 사이 최소 1.5km 이상 이격거리를 둘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번 배상 결정에서 위원회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 따른 1.5km의 이격거리'를 기준으로 든 점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산업부는 풍력·태양광 이격거리 규정 신설과 관련해 조만간 공청회를 열고 최종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지만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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