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국내 농가가 농사를 대거 포기하면서 여름·가을 출하량에 비상에 걸렸다. 이미 일부 품목에선 가격 급등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은 정해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장 비용 부담이 급증한 것은 비료값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당 요소비료 가격은 지난해 9250원에서 올해 2분기 2만8900원(212.4%)으로 상승했다. 비료업계 관계자는 “올초부터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비료 원재료인 요소, 질소 등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인건비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농촌 인건비는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2년 전 일당 10만원 수준에서 현재 13만~15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면세 경유 가격도 L당 1400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보다 40~50% 급등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대기업들도 물량 확보에 ‘긴장 모드’다. 유통사는 선계약으로 가격을 미리 책정해 농산물을 확보한다. 올여름 가격 인상에 직접적 피해는 없다. 하지만 경작 감소에 가뭄까지 겹치며 물량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예상보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달 30일 배추, 무, 마늘 등 특정 작물 3만4000t을 비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애그플레이션은 특정 작물의 수급 문제가 아닌, 농가 전체의 비용 상승에 의한 수급 문제라 일부 품목 가격 방어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공급에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비축 물량으로 가격 상승을 막아버리면 농가의 생산비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며 “이에 따라 농가는 지금 당장 농작물 재배면적을 더 줄이게 되고 향후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최세영/한경제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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