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산물 공급 급감에 따른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공포가 닥쳤다. 일선 농가에선 비료값, 인력난, 유류값 ‘3중고’로 올봄 파종 시기에 농사를 포기한 곳이 속출했다. 가뭄까지 겹치며 기대되는 출하량도 줄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외식업, 음식료품 등 관련 물가를 자극하며 올여름 최악의 물가 상황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배추는 전년 대비 경작 면적이 10% 감소했다. 무는 5.7%, 건고추 11%, 양파 6.7%, 쌀은 1.7% 줄었다. 국내 농가 경작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비용 증대로 기대이익이 꺾인 결과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비료값과 유가가 폭등했고,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빠지며 농가 인력 비용이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올봄 역대급 가뭄이 덮쳤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강수량은 전국 평균 160.7㎜다. 310.3㎜인 평년 강수량의 51.8%에 불과하다. 정민국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은 “가뭄이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수확기인 여름과 가을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의 최고치인 5.4%를 기록했다. 지금의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물가 지표에 차례로 반영되면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구민기/최세영/한경제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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