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엔화는 4년 만에 100엔당 1000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달러화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최근 달러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많은 만큼 엔화를 조금씩 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98.5에서 지난 2일 102.6을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에 달러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1300원에 도달할 뻔했던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과도한 시장 불안감이 주된 요인이었다는 시각이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이 마지막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물가가 잡히고, 유로화 가치가 올라간다면 원·달러 환율도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전망 때문에 은행권에선 달러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4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은 869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57억2000만달러 줄었고, 이 중 달러 예금은 53억7000만달러 감소한 73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최근에도 은행마다 개인들의 ‘팔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이 엔화 예금에 가입해야 할 적기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엔화 가치가 역사적 저점에 다다른 데다 향후 달러 강세가 끝나면 반사 효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4964억엔에서 지난 4월 6044억엔으로 22%가량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환테크 수익 자체는 세금이 없지만, 원금의 1~2%에 달하는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하는 만큼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는 접근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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