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하더라도 K팝은 ‘돈 안 되는’ 사업으로 불렸다.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음반 판매량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히트곡이 없어도 100만 장 이상 팔리는 음반이 속출하고 있다. 팬심으로 음반을 사는 K팝 팬덤 문화가 확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K팝 인기에 맞춰 연예기획사들은 팬덤 플랫폼을 잇달아 출시했다. ‘엑소 오빠’들과 1 대 1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버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모든 정보가 있는 위버스가 대표적이다. 증권업계는 팬덤 플랫폼이 K팝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덤 플랫폼의 핵심 성장 동력은 소비력으로 무장한 열혈팬의 급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음반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밀리언셀러 가수는 BTS 하나에 불과했다. 이 숫자가 2020년 4개, 작년에는 6개로 늘어났다.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은 플랫폼의 잠재적 고객이다.
팬덤 플랫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소속 가수다. 그런 점에서 BTS, 블랙핑크, 세븐틴 등 인기 그룹을 대거 보유한 위버스가 선두에 있다. 글로벌 팝가수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도 입점이 예상된다. 하이브가 이들의 소속사인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한 이후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버스에는 커뮤니티 공간부터 쇼핑몰, 콘서트 예약까지 팬 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하나의 앱에 있다. 무료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출시 1년 만인 2020년 흑자로 전환했다. 작년엔 매출 2394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수익원은 쇼핑몰, 콘서트 예약에서 나오는 수수료다.
대표 서비스는 프라이빗 채팅이다. 가수가 보내는 메시지와 사진이 카카오톡 형식으로 도착한다. 팬들은 답장을 보낼 수 있고, 가수는 팬들의 메시지를 한꺼번에 확인한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유니버스도 버블과 비슷한 1 대 1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다니엘 아스트로 오마이걸 등 4대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인기 가수가 주로 입점해 있다. 팬덤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자체 화폐 클랩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위버스는 하이브, 버블은 디어유를 선택하면 된다. 위버스는 하이브의 비상장 자회사지만 기업가치가 하이브 시가총액(약 9조3000억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어유는 버블의 기업가치에 온전히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니버스는 별도 회사가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서비스 중 하나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유니버스 하나만 보고 엔씨소프트를 매수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출혈 경쟁에서도 자유롭다. 소속사들은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 소속 가수를 입점시킨다. 팬들 입장에서도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유인이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수가 한 개의 플랫폼에만 입점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회원 3800만 명을 보유한 위버스는 이용자 데이터를 수익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하는 타깃형 광고와 쇼핑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금융투자는 위버스가 가수 관련 상품 거래 수수료로 10%만 받아도 막대한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이 추산한 주가 상승 여력은 두 배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브의 평균 목표주가는 39만8029원이다. 현재 주가(지난 3일 기준 22만8000원) 대비 상승 여력이 75%에 이른다. 디어유의 평균 목표가도 현 주가(3만9400원) 대비 57% 높은 6만1750원이다. 글로벌 증권사 CLSA는 디어유 목표가를 6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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