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가 적은 자영업자가 지고 있는 가계 빚이 연소득의 7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대출만 불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들은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에도 물가 상승으로 매출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금융 지원책마저 종료되면 대출로 연명해온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더기 부실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자영업자의 LTI는 669.3%에 달했다. 1년에 3000만원을 번다면 개인사업자대출을 제외한 가계 빚만 약 2억원이란 뜻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2019년 620%대를 유지하던 이 수치는 2020년(651%)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2017년부터 카페를 운영했다는 40대 자영업자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각종 고정비용을 부담하느라 빚만 불어났다”며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장 손님은 늘었지만 커피콩 우유 등 재료값이 올라 여전히 적자”라고 말했다.
다중채무자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을 함께 갖고 있고 ‘대출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금리 인상, 소득 감소 등의 충격에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업권별로 보면 다중채무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털 업체 등 제2금융권에 몰려 있다.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율은 1년 새 2.3%포인트 늘어난 67.5%였고, 보험사와 카드·캐피털사도 각각 51.6%, 46.5%에 달했다. 은행(25.2%)의 다중채무자 비율을 크게 웃돈다.
여러 곳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대출 하나를 갚지 못하면 다른 대출도 줄줄이 부도를 내는 ‘부도 전염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LTI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과 더불어 금리 인상기에 특히 위험한 불씨로 지적되는 이유다.
정부도 자영업자와 제2금융권 부채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택한 금융리스크 점검회의에서도 자영업자 취약차주 부채가 화두였다. 윤창현 의원은 “원리금 상환 연기 조치가 종료되는 9월부터 금리 도미노 인상의 부작용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취약차주 채무 재조정과 맞춤형 관리로 리스크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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