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7일 오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번 파업으로 하루 2만t가량의 물류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루 물동량(4만9000t)의 41%에 달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이날 하루 출하량 9000t의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평소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 트럭이 분주하게 오가던 전국 12개 항만 주변의 차량 흐름 역시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 항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기업들은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파업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 시멘트, 레미콘 등 기간산업뿐 아니라 소주, 맥주 등 소비재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파업 첫날부터 곳곳에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 골조를 섞어 레미콘을 만들어 공급해야 하는 유진 삼표 아주 등 레미콘업계도 비상이다. 파업에 대비해 1~2일 정도 시멘트 재고를 쌓아놨지만, 이번주가 지나면 재고 물량도 바닥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음주까지 파업이 계속된다면 가동 중단되는 건설 현장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이어 업체들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이날 오전 40피트 컨테이너 40개분에 해당하는 수출용 물량의 운송을 포기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대전지부가 공장 정문을 막았기 때문이다. 재고를 항구 인근으로 미리 옮겨놓은 덕에 수출 차질은 피할 수 있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항만의 이날 평균 컨테이너 장치율은 68.1%로, 평소(65.8%)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치율은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이다. 문제는 국내 최대 관문인 부산신항 장치율이 이미 80%를 넘었다는 점이다. 통상 장치율이 80%를 넘으면 항만 내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으로 본다. HMM 관계자는 “파업 첫날이어서 당장 장치율이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컨테이너 물류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는 컨테이너 화물차는 화물연대 가입 비중이 높은 데다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도 안전운임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파업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 해운업계 설명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의 ‘퍼펙스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덮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안대규/하수정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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