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소유한 농장에서 현금 뭉치로 50억원을 도난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과 현지 보도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아서 프레이저 전 국가안보국(SSA) 국장이 1일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을 돈세탁과 납치, 부패 등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프레이저 전 국장은 직전 제이콥 주마 대통령 측근으로, 라마포사 대통령과는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프레이저 전 국장은 2020년 2월 림포포주에 있는 라마포사 대통령 소유 농장에서 미화 400만달러(약 50억4000만원)가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금껏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에서는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 건 불법인데 라마포사 대통령은 사건에 침묵했고, 직접 범인들을 붙잡아 돈으로 입막음했다는 게 프레이저 전 국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라마포사 대통령 측은 도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돈은 가축 사업으로 벌어들였다며 기타 범죄 행위는 일체 부인했다. 그는 또 범행이 일어났을 당시 경찰 내 대통령 경호팀에 알렸지만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라마포사 대통령은 현금다발의 출처에 대해 재차 해명했다. 그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연설에서 "일부는 나와 돈에 대해 비방하고 있다"며 "모든 돈은 가축을 팔아서 나온 수익금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야당 민주동맹(DA)은 라마포사 대통령의 수십억원대 도난 사건과 관련해 세무당국에 조사를 촉구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남아공 집권당 내분이 도사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마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 양분된 ANC 내홍이 올해 12월 예정된 ANC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ANC 당대표는 대통령에 자동 선출되며 라마포사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번 의혹에 불씨를 붙인 프레이저 전 국장은 주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보기관 수장을 맡았다가 이후 라마포사 대통령 정부에서 낙마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2018년 주마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 혐의로 사임하자 자리를 이어받았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부패 척결을 정권 기치로 내세우며 반부패 작업을 추진해왔는데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에 써야 할 보건물자 조달 비리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 돈뭉치 논란까지 터진 상황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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