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은 순종적이란 편견 깼다"…에이미 김 유고(JUGO) 최고경영자 인터뷰

입력 2022-06-07 05:45   수정 2022-06-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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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사회에서는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이라는 편견이 있고, 자립심이나 리더십이 없다고 여겨 리더로 키우려 하지 않습니다."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고(JUGO) 사무실에서 만난 에이미 김 최고경영자(CEO)는 "마찰을 싫어하고 기업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해 직원으로는 선호하지만, 리더 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CEO는 미국에서 아시안 여성으로는 드물게 정보기술(IT) 기업의 CEO로 일하고 있다. 유고는 글로벌 기술 컨설팅 기업인 GDS 그룹의 자회사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제공한다. 2021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화상회의 시스템은 3차원(D) 게임 엔진으로 만들어졌다. 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2D 기반으로 제공하던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김 CEO는 "편견도 심했고, 같은 기술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할 때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대신 몇 번 오지 않는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유고의 CEO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1997년 한국을 떠난 후 일본, 미국 서부의 고객관계관리(CRM) 회사를 거친 김 CEO는 2003년 뉴욕으로 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뛰어난 영업력으로 승승장구하던 2007년 구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처음으로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영업사원으로 그를 채용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은 돈을 벌어오는 영업을 제일 중시한다"며 "아시안들이 보통 기술 쪽에서 많이 일하는데, 영업 쪽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환점은 2015년에 찾아왔다. 구글에서 9년간 일한 후 보다 도전적인 일을 하기 위해 성장 기업으로 이직을 한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회사의 성장 전략 등을 담당하는 최고 매출 책임자(Chief revenue officer)로 일하게 됐다. 대기업에서의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작은 기업으로 옮기는 대신 경영진으로서의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나의 발전보다 남의 발전이 더 기쁘다는 것을 느끼고, 리더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 경력은 결국 GDS에서 스카우트를 받아 유고의 CEO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CEO는 이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를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내일은 어떻게 좀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유고는 그간의 화상회의와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화상회의는 웹캠으로 연결돼 단면적인 얼굴과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고의 제품을 사용하면 가상 스튜디오 안에 발표자와 청중이 3D로 참여할 수 있다. 화면의 각도도 한 방향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8개에 달한다. 회의실 곳곳에서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김 CEO는 "3D를 이용해 화상회의지만 보다 인간적인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줬다"며 "화상 리얼리티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참여 행사도 가능하다. 기존 프로그램으로는 1000명 행사라고 하면 발표자가 청중에게 단순히 연설하는 것에 불과했다. 개인이 유튜브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유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1000명이 모두 언제든 3D 형태로 발표자가 될 수 있다. 특별한 도구는 필요 없다. 배경을 초록색 단색으로 하기만 하면 된다.

메타버스와도 약간 다르다. 메타버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바타가 따로 있지만 유고는 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은 더 다르다는 게 김 CEO의 설명이다. 같은 핸드폰이라도 안드로이드와 iOS가 다른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GDS는 기술 컨설팅 회사로 수많은 회사와 상호작용해 왔고, 거기에서 배운 노하우를 가지고 디자인을 만들었다"며 "사용자 경험을 통해 불편한 점을 고치면서 수백번의 수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미 메세추세츠 주립 대학을 비롯해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내·외부 미팅용으로 유고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사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한다.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출연자와 줌으로 연결해 인터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유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마치 스튜디오에 나와서 함께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업 간 서비스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 CEO는 "북미, 영어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연말부터는 호주, 아시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특히 그간 대면 거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시아는 화상회의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패는 없고 모두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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