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전자담배 릴의 제조자개발생산(DOM) 업체인 코스닥 시장 상장사 이엠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담배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엠텍이 독자적으로 등록한 특허를 KT&G에 이전할 것을 촉구하는 소송이다.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릴 ODM 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KT&G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적재산권 전담부에 이엠텍을 상대로 '특허권 이전 등록 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엠텍이 KT&G의 특허를 무단 등록한 만큼 해당 특허를 소유권자인 KT&G로 이전해야 한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엠텍이 KT&G와 맺은 전자담배 용역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수십 건의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며 "해당 특허를 원래 특허권자인 KT&G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T&G는 이엠텍과 전자담배 개발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을 위해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엠텍이 계약상 KT&G에 귀속되는 특허를 독자적으로 출원한 사실을 인지하고는 이엠텍에 해당 특허의 이전을 촉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엠텍은 이에 응하는 대신 자회사 이노아이티로 해당 특허를 넘긴 후 자회사를 통해 KT&G 경쟁사인 BAT와 새로운 전자담배 위탁 생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노아이티는 이엠텍이 2020년 11월 설립한 100% 자회사다.
KT&G 측은 "이엠텍과 5년 전부터 전자담배 개발을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가운데 이엠텍이 계약상 당사 소유 용역 결과물에 해당하는 특허를 권한 없이 출원한 사실을 인지했다"며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협상을 진행했지만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전자담배 릴의 주력 위탁생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간 이엠텍은 KT&G의 전자담배 해외 수출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작년 매출은 4002억원으로 전년 2829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억원에서 371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번 불협화음으로 이엠텍이 KT&G ODM 업계에서 배제되는 한편 다른 ODM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이랜텍이 주력 생산업체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파트론과 아이티엠반도체가 최근 연이어 릴 및 소모품 생산을 시작하는 등 신흥 생산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이엠텍은 신제품 모델을 받지 못하는 등 KT&G 협력업계에서 배제됐다"며 "이랜텍을 중심으로 파트론, 아이티엠반도체 3사로 업계 재편이 이미 끝난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전자담배 시장(궐련형 기준)은 2021년 30조원에서 올해 37조원에 이어 2023년 44조원, 2024년 5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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