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교통망 돋보이는 中 우한…대기업들 '제2의 본부' 세워 쟁탈전

입력 2022-06-07 15:13   수정 2022-06-07 15:14

최근 중국 우한은 ‘욕화중생(浴火重生·고난을 견디고 다시 새롭게 태어남)의 도시’로 불린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최초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작년 12.2% 성장하며 급반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공급망 이슈,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안 요인에도 6.7% 성장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로 우한은 대기업들의 제2의 본부, 중국 중부지역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한에 제2본부를 둔 기업은 약 80개 사에 달한다. 제2본부는 총괄적인 기능보다는 지역거점, 연구개발(R&D)센터, 생산 및 물류기지, 마케팅 중점기지 등 뚜렷한 목적에 따라 설립되고 있다.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허니웰,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기업도 우한에 제2본부를 두고 있다.

우한이 이렇게 재조명받는 이유는 지리적 장점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어서다. 우한은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춰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최근 ‘쌍순환 정책’에 따라 내수가 강조되면서 내륙도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고, 고속철 인프라 확충에 따라 중국 중앙에 있는 우한에 제2본부를 설립하는 것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다니는 국제 장하이(江海) 직항로와 유럽, 중앙아시아로 가는 화물철도 노선도 운영되고 있다. 인근 어저우(鄂州)시에 아시아 최초 화물 전용 공항도 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다음으로 인재가 풍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한은 중국 4대 교육도시로 대학생 수만 110만 명에 달한다. 중국 내에서 가장 많으며, 우한에 있는 84개 대학에서 매년 32만 명의 졸업자가 배출되고 있다. 이 중 석사 이상 고급인력 졸업생 수는 13만 명이 넘으며, 과학연구원도 30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우한은 내륙 도시 중에 생산 기반이 우수한 지역이다. 과거 철강, 자동차, 조선 등이 발달했으며,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광산업, 헬스케어 등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탄탄한 제조역량과 풍부한 생산 노하우, 연안 대비 저렴한 인건비 등의 이유로 기업들은 우한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21년 CSOT가 디스플레이 공장을 확충한 데 이어 올초 혼다도 전기차 공장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우한시 정부의 적극적인 개방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우한시 정부는 작년 12월 ‘본부경제 업그레이드 정책 시행 가속화’라는 조치를 발표하고, 제2본부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본부를 우한에 둔 기업 400여 개를 유치하고, 세계 500대 및 중국 500대 기업 중 80여 개 기업의 제2본부를 신규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한시는 증액 투자 장려금, 사무실 임대료 지원, 인재 유치 인센티브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우한은 과거 병자필쟁지지(兵者必爭之地)로 유비, 조조 등 최고의 지략가와 명장이 쟁취하고자 했던 땅이다. 최근 우한은 기업들에 다시금 진출하고 싶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우한에 ‘신흥시장 중국본부’를 설립한 한 글로벌 기업의 중국 총괄사장은 “우한시장은 시장 기반이 탄탄하며 발전 잠재력이 크다”며 “이런 시장의 장점과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광활한 중서부 시장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내수 활성화 정책 기조에 따라 중국 내륙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우한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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