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정치" vs "기차는 간다"…이준석, 윤핵관과 주도권 싸움?

입력 2022-06-07 10:52   수정 2022-06-07 10:53


'친(親)윤석열계' 인사들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우크라이나에 방문하고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일축했다. 당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꼽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 부의장은 "집권당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간 사정을 알아봤는데, 정부와 청와대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할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물론 전쟁으로 빚어진 인도적 참상을 외면해선 안 되지만, 그렇더라도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지방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혁신위 출범도 비판했다.

그는 "당의 내실을 다져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방문하겠다', '혁신위 설치하겠다', '2024 총선에서 공천 혁명하겠다'(고 한다)"며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소수 여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부터 차분히 모색하는 국민의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우크라이나 방문 시기나 형식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며 "외교나 안보, 국방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혁신위 출범에 대해선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좀 더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구성부터 어떠한 인물로 할 것인지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고, 두 번째로 (혁신위에서) 어떠한 아이템을 논의할 것인지 협의하고 발족하는 게 맞았다"고 했다.

다만 "(혁신위 출범에) 찬반양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출범한 만큼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당이든 어느 조직이든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미 혁신위가 발족됐기에 당의 미래를 위해, 사랑받는 정당의 탄생을 위해 중지를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이같은 공개 비판이 나오자 이날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구체적으로 정 부의장이나 권 원내대표 등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는 이어 정 부의장이 지난 4월 30일 게시한 우크라이나 관련 글을 공유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혁신위 1호 위원으로 임명된 천하람 변호사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한 '자기 정치' 비판을 두고 "선거 때는 쪽쪽 빨아먹다가 자기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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