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나오기 싫으면 회사 떠나라"…머스크의 출근 실험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6-09 09:00   수정 2022-06-09 09:07



코로나19 펜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 재개가 뜨거운 논란으로 떠오른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이 화제다. 머스크는 지난 1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원격근무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격근무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은 사무실에 나오거나 테슬라를 떠나라”고 통고했다. 그는 “테슬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제품을 생산해낼 것이며 실제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화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테슬라는 오래전에 파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진과 직원 간 극명한 견해차
주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문제를 놓고 경영진과 직원들 간에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코로나 상황이 해소된 이후 재택근무 활용 전망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 이상(51.5%)으로 나왔다. 재택근무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 조사 결과 재택근무 시 체감 업무 생산성은 ‘정상 근무 대비 90% 이상’이라는 평가는 29%였다. 재택근무 시 근로자 업무 생산성을 정상 출근 대비 ‘80~89%’로 응답한 비중은 30.6%, ‘70~79%’ 21.0%, ‘70% 미만’ 19.4%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지난 2여년 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 중 절반 이상은 ‘풀 재택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가 새로운 근무제 도입을 위해 직원 4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55%는 ‘전면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재택근무와 생산성 관계 '모호'
경영진들이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주된 이유는 ‘관리 비용’에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 직원들의 재택근무는 관리·감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재택근무의 장점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재택근무는 거리 제약을 없애 우수한 인력 확보 기회를 늘리고, 이직자를 줄여 기업의 고용 관련 비용을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직원의 주관적 만족도가 높아지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생산성과 기업이윤이 높아진다는 건 불문가지다. IT기업처럼 인재 확보가 기업의 생존 관건이 된 상황에서 재택근무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출근 복귀’는 위험한 선택이 될 우려가 있다. 미국 스타트업계에선 회사가 사무실 출근을 지시하자 직원들의 기록적인 자발적 퇴직 사례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재택근무가 직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지도 단언하기 어렵다. 통근 시간 절감과 유연한 업무 환경 등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재택근무 기간 일과 개인 생활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졌다”라거나 일부 여성들의 경우 “가사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오랜 재택근무 상태에서 외로움이나 고립감에 시달렸다고 호소도 나온다.
◆핵심은 신뢰와 통제 문제
대부분 회사는 재택과 출근 복귀, 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고 있다. 주 2~3일만 출근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재택근무가 사상 초유 출근 실험의 보편적인 해법으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직원들이 근무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도입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오는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 방식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장소에 상관없이 가상공간에서 동료와 항상 연결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해 나가는 방식이다. 원격근무와 달리 임직원들이 직접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되 음성채널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근무에 대해 카카오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일하는 시간 내내 ‘음성채널(마이크와 스피커)에 실시간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건 지나친 간섭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결’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직원들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재택근무의 핵심이 사무실과 집이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간섭’과 ‘자율’이란 통제의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본인의 주변 환경에 대해 통제력을 갖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통제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도 당연하다. 경영진이나 임원들은 직원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직원들은 그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한 취업포털 설문 결과 대부분 직장인이 퇴사를 고민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상사 잔소리(15.0%)로 드러났다. 대인관계 스트레스(14.3%)와 연봉(13.0%)이 뒤를 이었다. 이어 업무(9.3%), 업무 강도(9.1%), 사내 정치(7.8%), 워라밸·근무 시간(7.5%), 복지·복리후생(6.7%), 인사·승진(6.3%), 진로 변경(4.7%) 순이었다. 상사의 잔소리가 업무나 연봉이나 업무 강도보다 압도적으로 퇴사 여부를 결정하는 불만 요인이란 사실을 드러냈다.

직원들은 직무에 대한 개인 통제력이 높을수록 불안 수준이 낮고, 개인 만족이 높다. 반대로 통제력이 낮을수록 우울증, 무력감 등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정서적 탈진과 불만족을 야기한다. 재택근무도 결국 업무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와 피사용자 간 신뢰와 통제의 문제는 아닌지 의문이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문제를 계기로 일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하는 이유다. 올해부터 매월 절반(15일)만 출근하는 파격적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나선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 인사담당자의 현실 인식은 시사점을 준다. 이 회사 김은주 부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회사와 직원의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끈끈했던 관계’에서 ‘헐거운 관계(weak tie)’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우수 인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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