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힘든데, 로스쿨 갈까…'리트' 응시 또 사상 최대

입력 2022-06-08 17:38   수정 2022-06-09 00:49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리트(LEET·법학적성시험)에 올해 1만4620명의 응시자가 몰렸다. 지난해 지원자 수를 뛰어넘으며 1년 만에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취업의 대안으로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난 데다 로스쿨 반수생, 이직 준비에 나선 직장인 등도 시험에 뛰어들면서 리트 응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업난 대피처’ 된 로스쿨
8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2023학년도 리트 원서 접수에 1만4620명이 몰려들었다. 사상 최다였던 지난해(1만3955명)보다 4.7% 증가하며 최다 지원자 기록을 새로 썼다. 2016학년도 원서 접수에 8246명이 지원한 이후 7년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리트 응시자가 늘어나는 핵심 요인은 취업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청년 실업자는 32만2000명(실업률 7.4%)으로 지난해 11월(22만8000명) 이후 5개월 연속 늘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넘게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올해도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다 보니 취업활동을 하면서 리트에서 고득점을 받아 로스쿨 진학이라는 선택지도 확보해 놓으려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대학 졸업예정자 홍지환 씨(24)는 “대기업 공채가 이전보다 줄어 로스쿨 입학을 ‘플랜B’로 삼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고시와 달리 장기간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쉽게 리트 응시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방대 로스쿨 학생들도 응시
수년째 반복되는 로스쿨 반수 추세도 리트 응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수의 로스쿨 학생들이 서울대 등 상위권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리트 응시에 뛰어들고 있다. 상위권 로스쿨일수록 대형 로펌 입사 등 취업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근 리트 원서를 제출한 지방대 로스쿨 재학생 A씨(26)는 “대형 로펌은 거의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만 뽑고, 다른 중소형 로펌들도 학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서울에 있는 로스쿨에 합격하면 현재 로스쿨을 자퇴하고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진학을 일찌감치 결정한 대학 2~3학년 학생들이 연습 삼아 시험을 보는 이른바 ‘관광 리트’도 적지 않다. 여기에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까지 가세하면서 리트 응시자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보다 인문계 전공자가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평생직장이면서 고소득 기회도 얻을 수 있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스쿨 진학과 상관없이 리트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이 공채 과정에서 진행하는 직무적성검사와 시험 유형이 비슷하기 때문에 리트로 실전 연습을 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이 대표적이다. 리트는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논술’ 과목으로 나뉘어 있다. 언어, 수리, 추리 등으로 구성된 대기업 적성검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김진성/최세영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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