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낡은 규제로 에어택시도 세울 건가

입력 2022-06-08 17:37   수정 2022-06-09 00:22

요즘 매일 늦은 밤이 되면 도심 곳곳에서 ‘승차 대란’이 벌어진다. 택시 잡느라 한두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든가, 고액 요금을 각오하고 고급 택시를 호출해야 한다. ‘월천’(한 달에 1000만원 이상 소득) 기사도 제법 생겨났다. 택시업계가 오랜만에 특수를 만났다.

반면 배달시장에선 살풍경이 이어진다. 배달 근로자들은 일감이 끊기고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이 떠나면서 중고 시장엔 배달용으로 쓰였던 오토바이가 넘쳐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택시업계와 배달업계의 상황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호황을 맞은 배달·택배시장은 ‘구인 대란’이 한창이었다. e커머스 회사들은 배달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올렸다. 라이더들의 ‘월천’ 인증 사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택시 회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벼랑 끝에 몰렸다. 면허 가격은 급락했고 택시 기사들은 배달 기사로 전업했다.
대란에도 꿈쩍 않는 규제
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이럴 거면 택시엔 배달을 허용하고, 일반 차량엔 손님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안 되나? 이참에 요금 자율성도 높여 운수 산업 종사자들이 업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이용자들은 과도한 택시비나 배달비 부담을 덜게 하면 안 될까. 디지털 세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운수 대란에도 국내 칸막이 규제가 꿈쩍하지 않는 것을 어찌 봐야 하나.

한국 운수 산업의 규제 강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원칙적으로 승객은 택시 면허가 있어야만 태울 수 있다. 그런데 사람 없이 물건만 태워 보내면 그것은 불법이다. 일반 승용차로는 물건 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의 차를 빌려서 배달하면 이 역시 불법이다.

승용차와 화물차 사이에도 칸막이가 있다. 승용차에 못 싣는 큰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트럭 렌털은 불가능하다. 카풀도 안 된다. 화물차를 부르는 게 유일한 답이다. 택시업계와 화물업계·버스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결과다.

운수사업 관련 법안과 규정은 파면 팔수록 코미디 같다. 누구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시대에 택시 기사가 되려면 지리 시험을 봐야 하고, 공유 주차가 일상화된 마당에도 서울 외곽에 넓은 차고지를 둬야 택시 사업이 가능하다. 족히 40년은 넘은 규제들이 모빌리티 시장을 옭아매고 있다.
에어택시도 막을 것인가
낡은 규제와 이익집단의 반발을 등에 업은 정치권은 번번이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시도를 막아왔다. 2014년엔 우버가, 2018년엔 카풀 앱이, 2020년엔 타다가 철퇴를 맞았다. 최근엔 자율주행이 타깃이 됐다. 제주에서 시도 중인 자율주행 운송 사업이 운송업계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에어택시는 제대로 도입되긴 할까? 3년 후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통한 에어택시가 상용화된다고 한다. 벌써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손을 잡고 뛰어들었다. 에어택시도 눈앞에 닥치면 운수업계가 반발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마침 총선이 있는 해다. 국회는 그때도 타다금지법처럼 법을 새로 만들어 막을 가능성이 높다. 공항이나 항만 등으로 승하차 장소를 규제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사업자들에게 “상생하라”며 기여금 명목의 돈을 요구할는지도. 그럼 그 이후에 나오는 신기술은 또 어찌할 텐가. 한국 운수 산업의 ‘갈라파고스’ 규제는 이제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혁신 전반을 위협할 수준이다. 이 칸막이는 도대체 언제쯤 걷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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