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지난 12년 동안 국내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2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자한 국가적 사업이다. 엔진, 본체, 연료탱크, 발사대 등 설계와 제작, 운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이뤄냈다.
특히 누리호의 심장인 75t급 액체 엔진은 섭씨 3300도 화염과 60배 대기압 그리고 영하 183도 극저온에서도 연료를 안정적으로 연소할 수 있으며, 이미 1차 발사에서 그 성능이 검증됐다. 이처럼 누리호 개발로 축적한 기술과 경험, 그리고 인프라는 대한민국 우주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초석임이 틀림없다. 누리호가 우리나라의 세계 7대 우주 강국 희망을 쏘아 올린다고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주는 더 이상 꿈의 영역이 아니라 경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400조원이 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3조~4조원에 불과하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규모를 1200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주는 제조의 영역에서도 새 지평을 열 수 있다. 무중력 초진공 상태인 우주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배제한 완벽한 합금 생산이 가능하고 완전한 구형의 볼베어링 등 150여 종류의 우주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우주 공간에는 지구에서 서서히 고갈돼 가는 광물 자원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알려져 있다.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주 개발에 보다 적극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주 스타트업에 많은 금융 투자가 몰리고 있고 선진국들은 민간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누리호를 초석으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마침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주 협력 전 분야에 걸쳐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우주산업 분야에서 압도적 세계 1위 국가다.
최근 뉴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은 올드스페이스의 유산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세계적 우주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글로벌 우주 분야 선두주자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를 앞세워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고효율의 대형 메탄 엔진을 사용하고 발사체 전체를 재활용하는 전략으로 발사비용을 6분의 1 수준인 약 120억원으로 낮췄다. 이처럼 기술 선도를 위해서는 발사비용 절감과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크고 이미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발사체 시장에서 이윤 창출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중대형 발사체 시장에 민간 기업이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고 대부분 벤처기업이 소형 발사체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이 되는 우주, 지속 가능한 우주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을 조기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 총액 대비 우주개발 예산은 1.5~3.5%에 불과하며 규모로 봤을 때 미국의 2%, 일본의 20% 수준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선진국에 의존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번 아쉬움은 2차 발사를 통해 날려버리고 누리호의 우수성을 증명할 때가 왔다. 누리호 2차 발사 뒤에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300여 개 기업은 순수 독자 기술의 결정체인 누리호를 통해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후 4차례의 시험 발사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을 통해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이 구축, 확대돼 ‘뉴스페이스’ 시대가 다가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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