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허덕이는데…81조원 쥔 교육청은 '흥청망청'

입력 2022-06-08 17:38   수정 2022-06-09 01:41

대학의 곳간은 말라가고 있지만 초·중·고교는 돈이 넘쳐난다. 기형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구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기관(대학)에도 일부 배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각 시·도 교육청이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올해 교육교부금 규모는 8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얼마 전 추가경정예산 53조원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약 11조원의 교육교부금이 추가로 늘어났다. 교부금은 전체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방식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다.

이 돈은 각 시·도 교육감이 실권을 쥐고 지역 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배분한다. 대학은 혜택을 볼 수 없다. 예산이 남아도는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무상으로 뿌리거나 학교별로 수십억원의 포상금을 주기도 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대학들은 남는 교육교부금을 나눠 쓰자고 요구해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90달러(약 1400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6.2%에 불과하다. 반면 초등은 1만2535달러, 중등은 1만4978달러로 대학생보다 많고 OECD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대학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도 지원해 초·중등·대학까지의 교육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8일 ‘교육재정 개편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 간 재정 투자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등·평생교육 재정도 적극적으로 확보해 분야 간 균형 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들은 여전히 초·중학교 과밀학급이 3만9000곳에 달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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