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평상시보다 물동량이 급감하는 등 파업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일부 라인의 가동이 중단됐고, 철강, 시멘트, 타이어 품목 등의 수송도 멈춰서는 사례가 잇따랐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자동차 부품과 유통물류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산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사들의 물량 운송 지연 사태도 속출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루 7만5000t가량의 물량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만t, 광양제철소 1만5000t 등 총 3만5000t의 육송 물량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두 제철소 하루 물동량(10만t)의 35%에 달한다. 현대제철도 포항·당진·인천제철소 등에서 하루 4만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금은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통 도매상 등 국내 고객사에 보내는 육상 운송에 문제가 생겼다”며 “제품 출하가 계속 지연되면 고객사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등 석유화학 산업단지에선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진·출입로를 점거하면서 한때 물류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 개입으로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원재료 반입과 제품 반출은 일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타이어업계도 파업으로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에서 출하되는 물량이 평소의 30% 정도로 줄었고, 금호타이어는 국내 공장 세 곳에서 아예 출하가 되지 않았다.
화물연대의 봉쇄가 없었던 삼척·동해 등 해안사 공장 역시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까지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부담돼 운송을 포기하면서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 이하로 감소하면서 업계의 하루 매출 손실액이 1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일부 레미콘 공장이 시멘트 재고를 거의 소진하면서 이날부터 생산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배조웅 전국레미콘연합회 회장은 “9일부터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곳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한 여파는 조만간 건설 현장에 미칠 전망이다. 일부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 현장에는 레미콘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화물연대는 더 강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화물연대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탄압 일변도로 나오면 투쟁 수위를 높여 자동차부품, 유통까지 완전히 멈추는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파업의 데미지가 누적되면 1주 안에 전체 물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용희/김일규/이광식/울산=하인식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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