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공약 중 하나로 표준운임제(현 안전운임제) 도입을 내걸었다.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이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이후 표준운임제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화주와 경제계는 강하게 반대했다. 일률적으로 운임을 상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물류비 인상이라는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시작된 안전운임제 도입 논의가 10년 동안 흐지부지된 것은 이런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전운임제 도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최인호 의원이 2016년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에 나섰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화물운송 운임은 시장경제 원리 및 당사자 간 계약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표준운임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화물 및 화물차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매년 표준운임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고, 제도 도입으로 화주 기업들이 물류비 절감을 위해 자가 물류를 선호해 물류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며 “당장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모색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각계의 지적에도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됐고, 2020년 안전운임제가 시행됐다. 당시 통과된 개정법은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운용하고, 이후 종료시키는 일몰제를 적용했다.
화물연대는 제도가 시행될 때부터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해부터는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화물연대의 입장을 듣고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겠다는 간담회를 연다. 같은 당 박영순 의원 등은 일몰조항을 삭제해 안전운임제를 계속 운용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자신들이 도입한 제도가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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