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보험사…건전성 위기 구제안 확정

입력 2022-06-09 17:28   수정 2022-06-10 02:11

금융당국이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 탓에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락해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 부담을 크게 완화해주기로 했다. RBC 비율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된 채권 평가손실을 보험 부채까지 시가 평가하는 제도(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를 통해 잉여금으로 상쇄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지 않고도 상당한 자본 확충 효과를 볼 수 있다.

▶본지 5월 20일자 A1, 14면 참조
LAT 잉여금의 40%, 자본 인정
금융위원회는 9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RBC 비율은 고객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정상적으로 내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감독 지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올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채권 가격 하락) RBC 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진 보험사가 속출했다.

지난 1분기 생보업계 5위인 NH농협생명(131.5%)을 비롯해 DGB생명(84.5%, 4월 기준 108.5%), 한화손해보험(122.8%),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 5개 보험사가 권고치 아래로 떨어졌다. 이들 보험사는 RBC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융위는 이들 보험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LAT 잉여금의 40%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자본 인정액은 장기 보험부채와 매칭 목적으로 운용되는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범위에서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LAT는 내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안착을 위해 2011년 고안됐다.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 뒤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초저금리 기조에선 시가 평가로 부채가 커지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잉여금이 발생한다. RBC 비율이 권고치 아래로 떨어진 보험사들 대부분 수천억~수조원에 달하는 잉여금을 갖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RBC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를 잇따라 발행하면서 오히려 수익성과 자본구조가 나빠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부작용을 막고 금리 상승 효과를 자산과 부채에 골고루 반영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 따라 최근 위기를 겪은 일부 보험사의 RBC 비율이 모두 권고치 이상인 200% 안팎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성 악화 막고 RBC 비율도↑
당국의 이번 조치로 보험사들의 숨통이 트이면서 일부 은행에서 중단된 방카슈랑스 판매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DGB생명 상품 신규 판매를 일시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이달 2일부터 DGB생명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DB생명 흥국화재 등 5개 보험사의 일부 상품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된 보험사들이 새로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한다면 방카슈랑스 판매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은행들의 판매 중단 조치로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장성 보험은 은행의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통한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6.4%에 그쳤다.

■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2023년 도입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연착륙을 위해 보험 부채(책임준비금)를 시가 평가로 추가 적립하도록 한 제도. 원가로 평가한 보험 부채보다 LAT 평가액이 많으면 잉여금이 발생하지만 지금까지는 가용자본에 산입할 수 없었다.

이호기/이인혁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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