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복지부의 '엉터리' 창업 실태조사

입력 2022-06-09 17:19   수정 2022-06-10 00:15

“보건산업 분야 신규 창업이 최근 7년간 두 배로 늘었다.”

9일 보건복지부가 보건산업 분야 창업 기업들의 실태 조사를 분석한 끝에 내린 ‘자화자찬’ 결론이다. 복지부의 평가는 장밋빛 일색이었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산업 창업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높은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런 설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복지부가 기준으로 삼은 ‘최근 7년’은 3년 전인 2019년까지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2021년은 국내 보건의료 기업들의 부침이 심했다. 최근엔 바이오 투자가 급격히 줄고 보건의료 창업 열기마저 주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줄도산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복지부 실태조사엔 이 같은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2019년까지 창업이 늘었다는 복지부의 평가도 틀렸다. 조사 마지막 해였던 2019년엔 전년보다 창업 기업이 5.5% 줄어든 1694곳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기 화장품 분야 창업 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군은 창업 기업이 4.7% 늘었다. 정부 설명과는 달리 보건산업 창업 열기가 꺾였다는 의미다.

복지부가 창업 성과로 꼽은 신규 고용도 실제로는 줄어들고 있다. 보건산업 창업 기업 근로자는 2017년 1만126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1만1095명, 2019년 9135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7년 전인 2015년(1만911명) 수준에도 못 미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3년 전 창업 데이터를 활용한 데다 사실까지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표본을 정해 설문을 배포한 뒤 기업들의 답을 받는 과정 때문에 시차가 2년 정도 있다”고 했다. 조사 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창업 기업과 채용 인원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선 “원인 파악을 위한 추가 분석을 할 것”이라고 했다. 3년 전 창업 열기가 줄어든 이유를 지금부터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해프닝이 보건산업 육성에 대한 관할 부처의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기업들이 승승장구할 때는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고,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땐 현실을 외면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지금 같은 자화자찬식 조사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기업들의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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