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벙커·미군 숙소…120년 만에 열린 용산공원

입력 2022-06-09 17:28   수정 2022-06-10 00:36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용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해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지난 120여 년간 시민들에게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기지는 서울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탁 트인 초원과 빨간 지붕의 단층 건물 등 1950년대 미국 전원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어 일반인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 임시개방에 앞서 이달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용산공원 일부를 국민에 시범 개방한다. 이번에 개방되는 부지는 대통령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약 1.1㎞ 구간이다.

투어의 시작점은 ‘Gate 14’(14번 출입구)다. 13㎞에 달하는 용산기지 담장에는 총 21개 게이트가 있는데 용산 미군기지 내 종합병원과 가장 가깝다고 해서 ‘Hospital Gate’로도 불리는 출입구다. 이곳을 통해 매일 다섯 차례 500명씩 하루 총 2500명의 방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용산공원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육군본부 지하벙커로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 국민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던 곳이다. 고려 말에는 몽고군의 병참기지로,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군의 보급기지로 이용됐다. 청일전쟁 이후 청나라군과 일본군이 주둔했고, 러일전쟁과 함께 조선주차군사령부가 주둔하면서 일본의 무력에 의한 조선 지배의 근거지가 됐다. 이후 해방과 함께 미군이 일본군 기지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미군시대를 맞았다. 그러다 최근 주한미군 기지가 경기 평택시로 이전하면서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시범개방에 앞서 국토부는 지난 7일 출입기자단의 사전 방문을 받았다. 300㎡ 규모의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드넓은 녹지를 품고 있다. 장군 숙소의 1950년대 건축 양식, 목재 전신주, 미국 소방관 모자를 본뜬 소화전, 군데군데 솟은 굴뚝의 이국적인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부지 곳곳에 빨간 ‘경청 우체통’을 설치해 엽서를 받는다. 집무실 앞뜰과 연결되는 바람정원에는 방문객의 소망이 적힌 흰색 바람개비를 꽂게 된다. 이 밖에도 공연, 씨앗심기, 가족소풍, 캐치볼 등 놀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문일 5일 전부터 예약할 수 있는 입장권이 나오는 대로 매진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방되는 부지에 대한 오염물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탐방로 인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에선 정부가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않고 성급히 공원 부지를 개방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9월 임시 개방 전까지 부지 전체의 환경 오염에 대한 연구 용역 및 저감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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