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에는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박민영 대변인, 신인규 상근부대변인, 임승호 전 대변인 등 당내 청년 정치인들이 이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정치 선배’임을 내세운 정 의원을 ‘명분이 부족한 충고’ ‘꼰대의식’ ‘궁색한 권위’라고 몰아붙였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두 사람을 지지 또는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 원인은 분명치 않다. 지난 대선 때 불편한 관계였던 친윤(친윤석열)계와 이 대표 중심의 비윤계 간 갈등이 재연됐을 수도 있다. 여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과 2024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여권의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함으로써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다툼을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건전한 토론 또는 논쟁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는 게 정치 아닌가. 문제는 시기와 여건, 방식이다.
집권 여당이 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열흘 이상 멈춰 서면서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후반기 원 구성을 하지 못해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이슈인 ‘안전운임제’를 논의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복합적 경제위기에 대처하려면 모두가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인데 자중지란으로 힘을 빼서야 되겠나. 선거 두 번 이겼다고 국민에 대한 조심성을 놓아버린 것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비판 방식과 격이 떨어지는 거친 언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원은 당내 최다선이자 국회부의장까지 맡고 있다. 당 대표에 대한 이견이나 불만은 당내 회의에서 제기하는 것이 옳다. 정치 선배로서 충고하는 거라면 직접 말하거나 개인 메시지로 전했어야 한다. SNS에 게시하는 건 여럿이 보는 데서 싸우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곧 취임 1주년을 맞는 이 대표 또한 공당의 대표로서 감정을 절제했어야 한다. 공격받았다고 여기는 순간 즉각 날 선 언어로 응수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선거 승리를 이끈 공은 분명하지만 당에 오랫동안 몸담은 선배 정치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곧으면서도 굽을 줄 아는 대나무의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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