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올들어 현장 최대 이슈인 '공사비 상승' 문제 해결에 민간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당장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회의'(5월30일) 후속 조치로 지자체·공공 발주기관·건설 관련 협회·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업 상생협의체’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에 참여한 건설 관련 협회는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입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 현장 갈등을 원만히 해소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하며 "자재뿐 아니라 건설 현장의 인력 부족, 불법행위로 인한 공사 지연 등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협회 등을 통해 건설자재 관련 공사비 갈등이 있는 현장을 접수받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합니다. 현행 건설 관련 계약제도에 대한 개선방안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공공공사와 유사하게 민간공사에서도 단품슬라이딩 제도를 도입하고, 노무비 증가분을 공사원가에 반영하는 등 업계 건의 사항을 검토해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단품슬라이딩 제도는 철근, 레미콘 등 건설공사에 쓰이는 특정 자재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발주자가 해당 자재(품목)에 대해 공사비를 증액해주는 제도입니다.
민간 건설 현장에서 표준도급계약서가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 등 활성화 방안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간발주자가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조정 요청을 받은 경우 조정 금액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건설 관련 3개 협회를 통해 담합 등 불공정행위가 의심되는 사례를 제보하는 경우 접수된 사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엄정 제재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최근 1년 새 공사비가 30%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의 도급 수익은 많아야 10%입니다. 단순 계산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자재업체와 하도급(협력)업체, 건설사 등이 줄줄이 건설자재와 공사비 상승의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은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직 건설사와 도급계약을 맺지 못한 사업지는 공사비 상승을 해결할 방안이 없어 건설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협력사 건설사 시행사(사업 주체)가 조금씩 양보해서 공사를 마무리 짓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 업체에 공사비 상승을 일부 상쇄할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민간 공사에서도 공사비 상승률이 일정 부분을 웃돌 경우 공사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개선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건설사 한 임원은 "공사비 파동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을 경우 분양과 입주 등 주택 공급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민간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급등한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분양과 입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사비 문제에 민관이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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