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민족종교 '사이비'로 몰아···힘모아 이름 되찾을 것"

입력 2022-06-09 16:44   수정 2023-06-13 14:08



천도교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이끌었다. 천도교 지도자였던 의암 손병희 선생은 천도교 측 대표로 3·1운동을 주도한 뒤 서대문형무소에서 2년간 옥고를 치렀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청림교는 동학의 한 갈래로, 만주 지역에 여러 학교를 세우고 독립투사들을 길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민족종교의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이비'로 불리기도 한다.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신임 회장(70)은 9일 취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민족종교가 지금처럼 약해진 건 일본 사람들이 사이비로 몰아 말살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민족종교는 사이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갱정유도회, 경천신명회, 대순진리회, 선교유지재단, 수운교, 순천도, 원불교, 증산도, 증산법종교, 천도교, 청우일신회, 태극도(가나다 순) 등 12개 민족종교 교단의 대표로 구성된 단체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와 함께 '7대 종단'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인들이 기억하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갓 쓴 할아버지' 고(故) 한양원 회장의 모습이다. 한 회장은 1985년 협의회 창립을 주도하고 31년간 회장을 맡았다. 주요 국경절 기념식과 종교지도자 모임에 갓과 도포를 갖춰입고 참석하곤 했다. 겨레얼 살리기 운동 등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회장은 갱정유도회 지도자였지만, 협의회에는 다양한 민족종교 교단이 '형제 교단'으로 함께하고 있다. 교리도 복장도 저마다 다르다.

올해 4월부터 4년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직을 맡은 김 회장은 청우일신회 종원장이다. 청우일신회는 강증산의 가르침을 따르는 교단 중 하나다.

김 회장의 목표는 회원 교단과 힘을 합쳐 민족종교의 제 이름을 되찾는 것. 김 회장은 "과거 민족종교에서는 토속신앙을 토대로 많은 선지식(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며 "회원 교단과 화합을 통해 무궁한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반성과 수양을 강조했다. "민족종교마다 각자 수도의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자신을 깨끗하게 정화시킬 수 있나'부터 돌아봐야지, 그게 안 되고 뭐라 이야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지요."

한반도에서 태어난 민족종교는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일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한 회장의 아들인 한재우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사무총장(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사무총장)은 "종교의 본문은 늘 나라 융성,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민족종교는 우리 국가 발전과 국민 안녕을 어느 종단보다도 절실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양성평등, 기후위기 등 오늘날 현실에 발맞춰 민족종교의 역할을 찾아나가겠다는 목표다. 협의회 차원에서 해외 동포 3·4세대를 국내 초청해 한국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다문화 가정에 우리 풍습과 문화를 전하는 캠프도 준비하고 있다.

회원 교단 간 화합을 위해서는 성지순례를 할 예정이다. 매해 돌아가면서 회원 교단의 성지 한 곳을 다함께 찾아가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구상이다. 이달 중순 진행될 첫 성지순례 장소는 김 회장이 36년간 종교활동을 이어온 경남 통영의 섬 국도. 청우일신회를 세운 연동흠 종전이 토굴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성지다. 청우일신회 본부이자 교도들의 기도수행처 역할도 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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