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청 규모가 22년 만에 최소치를 찍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이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뛴 데다 매물 부족으로 높은 주택가격이 유지되면서 내집마련을 포기한 미국인들이 늘어난 결과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최근 일주일(지난달 28일~이달 3일) 동안 모기지 신청 규모(계절조정 기준)가 직전 주간보다 6.5% 감소하며 22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MBA가 매주 집계하는 모기지 신청 규모는 4주 연속 감소했다. 새 대출을 일으켜 기존 채무를 청산하는 차환(리파이낸스)은 전주보다 6% 줄었다.
모기지 신청 규모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모기지 금리 상승이다. 미국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의 평균치는 연 5.09%로 올 초(연 3.22%)보다 1.87%포인트 뛰었다. 미국 Fed가 지난 3월과 5월 연속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모기지 금리 역시 상승해서다.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수요자들이 모기지 신청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줄어들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4% 줄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매물 부족으로 집값은 꺾이지 않고 있다. 모기지 데이터업체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주택가격은 42% 올랐다. 조엘 칸 MBA 부대표는 “생애 최초로 내집마련을 하려던 미국인들에게 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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