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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 세계 순회 방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부쩍 늘고 있습니다.
3월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했습니다. 5월엔 아시아에 집중했습니다. 지난달 하순 한국과 일본을 차례대로 방문해 아시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APEF)를 발족했습니다.
그리고 6월은 중남미의 시간이었습니다. 28년만에 중남미 정상을 미국으로 불러 미주 정상회의를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중남미 국가와 관계 강화를 위한 '미주 경제 번영 파트너십'(APEP) 구상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이달 하순 다시 유럽에 가고 다음달 중동 지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중동까지 지구 한바퀴를 도는 이유는 간명합니다. 한 마디로 하면 "미국 중심으로 헤쳐모여" 입니다.
수많은 미사여구와 그럴듯한 기구도 출범하지만 던지는 질문도 간단합니다. "넌 내 편이니. 다른 편이니?"입니다. 다른 편은 당연히 중국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공의 적이 된 러시아도 거기에 넣었습니다.
중간은 없습니다. '네' 아니면 '아니오'로만 답해야 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Yes or No' 외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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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폐기해야 하는 경제 이론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학 이론서는 새롭게 기술돼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 무역 분야가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입니다. 무릇 꼴등이라도 1등부터 나은 게 하나라도 있으니 국제 무역에 참여하면 무조건 이익이라는 이론입니다. 내가 경쟁국보다 백 가지 점에서 나아도 더 나은 50가지에 집중하고 나머지 50가지는 다른 나라들에 맡기는 게 이익이라는 겁니다.
혼자하려고 하지 말고 집중과 선택의 논리로 상부상조해 서로 교역하는 게 훨씬 좋은 결과를 낸다는 얘기입니다.
이 이론에 입각해 글로벌 분업화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분업화는 판판이 깨지고 있습니다.
파레토의 최적 효용 이론도 폐기해야할 처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효용을 떨어뜨리지 않고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남의 떡이든 내 떡이든 누구 걸 더 빼앗아 가지 않는 한 구성원들의 효용 합이 "지금이 최고"인 상황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현재만 같아라는 'Let it be'이론입니다.
하지만 미·중 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세계가 평화로울 때는 맞았지만 평화가 사라진 이상 더 이상 들어맞지 않습니다. 진영이 갈리면서 세상의 기준이 '효율'에서 '안정'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양자택일 질문만 하는 이유
미국의 외교가 바뀐 것도 진영논리 때문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에 진출해 국제 분업을 해왔지만 이젠 더이상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애치슨 라인'을 긋고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 일본 같은 나라는 오커스(AUKUS)나 쿼드(QUAD) 같은 좀 더 결속력 있는 모임으로 묶고 그 외의 나라들도 하나로 묶으려고 합니다. 모두 기준은 반중, 반러시아입니다.
유럽은 러시아 때문에 자연스럽게 NATO로 묶였습니다. 무리한 동진 정책을 펼치지 않아도 동유럽 국가들도 줄을 섰습니다. 끝까지 중립을 지키던 스웨덴과 핀란드도 들어오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아시아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라는 이름으로 반중 경제 동맹을 묶었습니다. 실체도 불분명한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모두 14개국이 참여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피지가 참여했고요. 중국 입김이 센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에서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이 함께 했습니다.
중남미에선 '미주 경제 번영 파트너십'(APEP) 구상을 내놨습니다. '반쪽짜리' 행사로 쪼그라들어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미국 앞마당인 중남미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목표
바이든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공급망 강화'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입니다. 전쟁 같은 극한 위기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겁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다.
근거리는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으로 엮고 있습니다. 미국식 '소부장'으로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필수 산업재 공장을 미국에 더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원거리는 동맹 중심으로 '프렌드 쇼어링' '깐부 쇼어링'을 만들고 있습니다. IPEF과 APEP도 그런 일환입니다.
그런 기회를 통해 미국은 "어느 편에 설 거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게 곧 반중임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편이기도 하고 중국과도 협력하는 양다리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가르마를 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반기드는 나라들의 운명은
하지만 '네'와 '아니오'도 아닌 제 3의 길을 타려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유럽에선 터키요. 아시아 태평양에선 인도입니다. 그리고 중남미에선 멕시코입니다.
모두들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 살든 못 살든 믿을 구석, 비빌 언덕이 있는 나라들입니다. 땅 덩어리도 제법 커서 자급자족형 국가들입니다.
더 큰 공통점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교류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터키는 러시아와 교역하며 러시아의 곡물과 에너지를 중개 무역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매수하거나 러시아산 원유의 원산지를 둔갑시켜 수출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미국과 중국의 전진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엄청난 생산 시설을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이민자를 볼모로 미국에 맞서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이민 정책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를 비롯해 남미 지역의 이민자들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이민을 더 받기로 했지만 내부 반대로 쉬이 빗장을 열기 어렵습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투자도 유치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진출 교두보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지역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 지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와 중국 간의 수출입 규모는 2470억달러(약 311조원)로 미국(1740억달러)을 앞섰습니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그리고 영원한 미국의 우방인 줄 알았던 이스라엘도 다양한 이유로 삐딱선을 타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나라들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벌써부터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많이 사지말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러시아나 중국에 하는 제재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역시 유한하다는 점입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에 인기도 없습니다.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정치지형이 바뀌고 바이든의 외교노선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할 지를 생각해볼 때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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