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의원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직격탄을 맞은 다음 날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한자성어로 응수했다.
정 의원이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소이부답은 중국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에 나오는 표현으로, '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전날 본인을 향해 '추태'라고 비난한 데 대한 응답으로 해석된다. 이 표현의 의미를 놓고 봤을 때, 약 일주일간 빚어진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정 의원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좋은 상황 속에서 공명정대한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을 소위 이준석계로 몰아붙이면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건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이 해서는 안 될 추태에 가깝다"고 했다.
또 "어떻게 당대표를 저격해가면서 입지를 세우려는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어른일 수 있냐"며 "하필 제가 외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사실관계가 상당히 맞지 않고 공격적인 언사로 당대표에 공격을 시도한 이유가 뭔지 아마 보시는 국민이 잘 알 것"이라고도 했다.
둘의 갈등은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정 의원이 지난 6일 이 대표의 지방선거 직후 우크라이나 방문과 당 혁신위 출범을 두고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점화됐다. 이후 이 대표와 정 의원은 '개소리', '싸가지' 등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노골적인 신경전을 이어왔다.
공방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제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신을 둘러싼 당 구성원의 의견 제시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논의 자체가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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