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에 재배면적 급감…꺾일 기미 안 보이는 감자값

입력 2022-06-10 17:08   수정 2022-06-11 01:23

최악의 가뭄 여파로 감자값 급등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농가 고령화 등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연초 가격 급락을 딛고 급등세로 반전한 양파는 농민들이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출하 시기를 늦추자 가격이 더 뛰어오르고 있다.
○역대급 가뭄에 감자 가격 두 배로
1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전날 감자 도매가격은 ㎏당 1544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10.12% 올랐다. 전년 동월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94.95% 폭등했다.


일반적으로 6월 초엔 전남 보성 지역에서, 중순엔 경북 구미와 영주, 안동에서 감자를 주로 수확한다. 감자가 잘 크려면 적정 수준 이상의 일조량에 비가 더해져 땅이 촉촉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급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출하 시기가 평년에 비해 1주일씩 늦춰졌다. 그 결과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더 뛰는 추세다.

특히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알이 굵은 상(上)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A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감자 1㎏ 판매 가격은 5880원으로 1년 전(2980원)에 비해 약 두 배로 올랐다.

당분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11월 주로 재배하는 강원 지역 고랭지 감자의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최대 5.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지방 고령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강원 평창과 횡성에선 감자 대신 양배추와 대파 등을 키우는 농가가 늘어난 실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감자 출하량이 평년보다 25%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당분간 감자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파는 출하량 조절
양파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9일 양파 도매가격은 ㎏당 1021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9.28% 올랐다. 전월 평균 가격과 비교해선 85.35% 폭등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82.68% 상승했다. 이달 들어 9일까지 6월 평균 가격은 984원으로 지난해 3월(1503원) 후 15개월 만의 최고치다. 가격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연초 가격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어 조생종 양파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최악의 가뭄으로 중만생종 양파 작황도 부진해진 게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 농민들이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양파 출하 시기를 늦춘 게 기름을 부었다.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더욱 치솟은 것이다.

중만생종 양파는 지금 수확하면 이듬해 3월까지 팔 수 있는 저장 작물이다. 산지 농가와 중간도매상 등이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업계에선 “올해 초 가격 폭락으로 큰 피해를 본 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마트 바이어는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다 보니 산지에서 중만생종 양파의 수확을 미루고 밭에 그대로 두거나, 수확해도 창고로 옮기지 않고 야외에서 보관하는 가저장 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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