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살아남은 '혁신 아이콘' 레고…인플레 파도 넘을까

입력 2022-06-10 17:22   수정 2022-06-11 01:45

레고는 1932년 덴마크에서 ‘재미있게 놀라’는 철학으로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두 번의 큰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파산 일보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레고는 ‘블록 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거듭해 퀀텀 점프를 이어갔다.

레고의 첫 위기는 21세기 초반에 터졌다. 게임기 등 새로운 놀잇감이 생겨나면서 레고가 ‘시시한 아날로그 장난감’으로 전락한 게 직격탄이었다. 2004년엔 2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내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 레고그룹을 구한 게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대표였다. 그는 ‘블록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rick)’는 슬로건 아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잘 쓰이지 않는 특수 블록은 과감히 없애고, 표준 블록 사용률을 70%까지 높였다.

기존 5~9세 고객에게 집중하면서도 다양한 나이대 신규 고객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등 콘텐츠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스타워즈’(1999년), ‘해리포터’(2001년) 에디션 등을 히트시켰다. 그 결과 2012년에는 해즈브로를 제치고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에 이어 세계 2위 완구업체에 등극했다.

또 한 번의 위기는 2017년에 찾아왔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에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레고 매출은 2017년에 전년 대비 8%, 영업이익은 17% 감소했다.

그러자 레고는 기존 블록 쌓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반전을 시도했다. 2017년 10월 부임한 정보기술(IT) 전문가 닐스 크리스티안센 대표는 레고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새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했다. 고객들이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레고 아이디어스’, 레고 세계관을 창조하는 ‘레고 월드 빌더’ 같은 플랫폼을 선보여 충성도를 높였다.

레고는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면서 선보인 ‘친환경 블록’에 일부 애호가가 반발하는 것도 부담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기존 레고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레고가 이번 파도도 뛰어넘어 ‘혁신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지킬 수 있을까. 전 세계 애호가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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